SPC 산재, 당한 시간대 같았다..꼬박 밤샘 근무한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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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피씨(SPC) 계열사 에스피엘(SPL)과 샤니에서 8일 간격으로 밤샘 야근을 하던 노동자가 잇따라 끼임 사고로 죽고 다치면서, 에스피씨의 무리한 밤샘 근무 배치와 쉴 수 없는 구조가 안전사고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고가 난지 8일 만인 지난 23일 샤니에서 오른쪽 검지 손가락 끝마디 절단 사고를 당한 포장 검수 노동자 ㄴ씨(45) 역시 전날 밤 10시 출근해 근무 8시간을 넘긴 이날 오전 6시10분께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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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 부족에 쉼없는 노동 일상
에스피씨(SPC) 계열사 에스피엘(SPL)과 샤니에서 8일 간격으로 밤샘 야근을 하던 노동자가 잇따라 끼임 사고로 죽고 다치면서, 에스피씨의 무리한 밤샘 근무 배치와 쉴 수 없는 구조가 안전사고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일 에스피엘 평택 공장에서 숨진 ㄱ씨(23)는 전날 저녁 8시에 근무를 시작해 10시간째 근무를 하던 오전 6시15분께 소스 배합기(교반기)에 끼여 숨졌다. 이 사고가 난지 8일 만인 지난 23일 샤니에서 오른쪽 검지 손가락 끝마디 절단 사고를 당한 포장 검수 노동자 ㄴ씨(45) 역시 전날 밤 10시 출근해 근무 8시간을 넘긴 이날 오전 6시10분께 사고를 당했다. 두 사람 모두 전날 출근해 밤을 꼬박 새운 뒤 주의력이 흐트러지는 퇴근 시간(ㄱ씨 오전 8시, ㄴ씨 오전 7시) 무렵 사고를 당했다.
24일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되지 않으려면 주야간 맞교대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아침에 물량이 많이 나가야 하더라도 사람이 사는 게 중요하지 밤에 일 시켜서 업무량 채우는 게 중요하냐”고 말했다.
에스피씨 직원들은 다른 계열사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상시적인 일손 부족으로 야근 및 장시간 노동, 쉴 수 없는 구조가 일반화 돼있다는 것이다. 출하량을 맞추기 위해 밤샘 근무를 하고 연차조차 제대로 못 쓸뿐 아니라, 일하다 다쳐도 쉴 수 없는 분위기라고 한다. 실제 〈한겨레〉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를 고용·관리하는 에스피씨 피비파트너즈(파리바게뜨)의 ‘신제품(고짠고짠) 안전사고 보고’ 문서를 확인해보니, 신제품 출시 후 한달가량 중 5명이 다쳤고 이 중 2명만 휴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 파리바게뜨에서 제빵기사로 근무한 오아무개(35)씨는 지난 5월 왼쪽 손등부터 손목까지 표재성 2도 화상을 입었다. 오전 10시께 사고를 당했지만, 제빵기사가 1명이다보니 자리를 비우지 못하고 일하다가 점심시간에야 병원 진료를 받았다. 진료 후에도 붕대를 감고 오후 일을 마쳐야 했다. 오씨는 “산재 처리를 하면 며칠을 쉬어야 하는데, 내가 쉬면 다른 매장 동료가 쉬지 못하는 구조라 산재 신청도 못했다”며 “인력은 항상 부족하고, 누군가 쉬면 누군가는 일해야 하니까 괜히 직원들끼리 싸우게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난 5월부터 3개월간 파리바게뜨 샌드위치기사로 일한 김아무개(26)씨는 “3개월 일하면서 중간에 화장실 갔다 온 적은 한 번밖에 없는 것 같고, 점심시간에 온전히 1시간을 쉰 적도 2∼3번밖에 안된다”고 기억했다. 김씨는 “나도 일을 하면서 베임 사고를 당했지만,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몸이 아팠던 것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깊게 남았다”며 “에스피엘 사고를 보며 ‘터질 일이 터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은 “업무량이 폭증하면 사람을 늘려야 하는데 노동 시간을 늘린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밤샘 근무는 건강뿐 아니라 안전 측면에서도 주의력 분산 등으로 인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기업이 인력 배치와 노동시간 등 작업을 설계할 때 작업량, 출하 시기만 고려하고 안전 관련 고민이 없다는 지적이다. 류 소장은 “특히 코로나 시기 생산 차질을 이유로 고용노동부가 특별연장근로 관리를 느슨하게 했다”며 제한적인 경우가 아니면 주 최대 근무시간이 5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한 제도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스피엘의 경우 업무량 폭증을 이유로 지난 2월26일∼3월25일, 4월9일∼22일 등 42일 동안 특별연장근로 승인을 받았다. 승인이 나면 1주일에 64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전종휘 기자 symbio@hani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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