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집권 3기]②강경 외교 기조 수정 없다..미·중관계 격랑 예고
對美 강경기조 속 관계 개선 가능성 희박..강경 외교책 국내용 분석도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시진핑 집권3기, 중국의 외교 정책은 '민족주의'를 앞세운 '투쟁'에 방점이 찍히면서 기존 강경 외교 정책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냉랭하게 얼어붙은 대미(對美) 관계 역시 해빙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공개된 중국 지도부 인선 가운데 왕이 외교부장이 24인의 정치국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68세 이상은 정치국원에 진출할 수 없다는 칠상팔하의 관례를 깬 것으로 차기 중국의 대미(對美) 관계를 전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 관계에 긴밀히 관여해 온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위원은 정치국에 잔류하지 않았다. 현재 왕 부장은 차기 중국 외교 사령탑을 맡을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게 중론이다.
왕 부장은 시진핑 집권 1기 때부터 외교부장을 맡은 외교 분야에서 핵심 인물이다. 그는 집권 2기 때 등장한 전랑 외교를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차기 외교부장은 현재 젊은 중국 외교관 가운데 전랑 외교를 대표를 친강 주미대사가 거론되고 있다.
만약 왕 부장과 친 대사가 외교부 투톱이 된다면 중국의 외교 정책 기조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전랑 외교로 점철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대미 강경 기조 계속 이어질 듯…관계 개선 가능성 희박
중국의 새 외교 라인업은 시 주석이 대미 정책에 있어 기존 강경 대응 기조를 무를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등을 경제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한편, 영국 등 서방과 함께 중국을 외교적으로 고립하는 상황에서 굳이 유화 제스처를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이런 중국의 대미 강경 기조는 시 주석의 권력 집중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중국 외교 정책을 외교라인이 아닌 공산당 엘리트 계층이 직접 결정, 외교라인은 이를 전달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것이다.
호주 싱크탱크인 로위 연구소의 제니퍼 서는 AFP에 "중국의 외교 정책은 공산당 내 엘리트 집단에 의해 고안됐다"고 전했다. 그는 시 주석은 외교부 온건파들이 '전투정신' 결여돼 있다고 비난했고, 시 주석의 이념에 관한 책은 이제 외교관들의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것이 됐다고 했다.
앞서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기간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부장의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의 강경 외교 기조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마 부부장은 미국을 겨냥해 "일부 세력은 역사 흐름에 역행해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을 하고 소집단을 만들며 신냉전을 하고 이데올로기로 선을 그어 진영 대결을 선동하고 있다"며 "이것은 세계 질서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했다.
그는 "과감하게 투쟁하고 투쟁을 잘하는 것은 중국 외교의 우수한 전통이자 선명한 특징"이라며 "중국 외교는 계속해서 투쟁 정신을 발휘하고 투쟁 능력을 높여 국익과 민족의 존엄을 수호하는 최전선에 설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의 외교 정책 기조를 볼 수 있는 또다른 인물로는 역대 3명의 주석과 함께 일한 왕후닝 상무위원(현 중앙서기처 서기)을 꼽을 수 있다. 왕 서기는 자오러지 상무위원과 함께 유임됐다.
왕 서기는 막후에서 중국 외교분야에서 관여해 온 인물이다. 시 주석이 집권 1기 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응을 역설하며 중국이 언젠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중국몽'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중국의 공격적인 해외 투자 정책인 '일대일로'와 '전랑외교' 역시 왕 서기가 추진했다.
왕 서기의 유임은 결국 시 주석이 기존 중국의 외교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의 대미정책 첫 시험대는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될 전망이다. 시 주석은 취임 이후 처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는 3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이 더 큰 중국의 힘과 위상을 해외에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일지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신기욱 미 스탠퍼드대학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과 이성현 조지 부시 미·중 관계재단 선임연구원은 당 대회 기간 미국 LA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시 주석이 3연임 이후 보다 공격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미·중 관 개선의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는 전망했다.
◇강경 외교 정책 기조 이면에는 국내 민족주의 활용 포석
시 주석의 이런 강경한 외교 기조 이면에는 국내 민족주의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당 대회 기간인 지난 19일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중국 영사관 앞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시 주석을 비판하는 현수막 등이 대사관에 걸리자 중국 영사관에 있던 사람들이 나와 시위대 1명을 영사관 내로 끌고 들어가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외교부 장관이 중국 영사관측의 행동을 비판하자 중국은 즉각 영국 총영사관 보호에 소홀했다며 반박하며 외교 분쟁이 발생했다.
당시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불법 분자가 총영사관 부지에 불법 진입해 안전을 위협했다"며 영국 외무부에 엄정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런 외교적 결례라고까지 할 수 있는 경우는 시 주석 집권 이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 문제와 관련 리양 리우데자네이루 주재 중국 총영사는 트위터에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소년(boy)이라고 힐난했다.
리 대사는 "당신의 큰 업적은 중국과 캐나다의 우호관계를 망치고, 캐나다가 미국의 맹목적 추종자로 전락하게 한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AFP통신은 인권 문제부터 코로나19 문제까지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시 주석 치하에서 중국 외교관들은 공개 무대에서 더욱 강경해졌다며 이런 대외 관계를 해치는 행동은 국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이 그렇다고 모든 국가와 외교를 단절하는 등 완전 고립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우크라이나 사태만 해도 일단 공식적으로 러시아에 무기 지원 등은 안 한다는 입장으로 어느 정도 국제사회와 기조에 맞추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적 비판 속 러시아의 손을 들어주기에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유럽이 미국과 함께 중국의 인권 문제, 국제패권 등을 비난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과 교역을 이어가 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와의 우정은 한계가 없다고 말한 러위청 외교부부장은 지난 6월 해임, 이후 국가광전총국 부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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