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자리잡지 못한 대학 생리공결제..남녀갈등까지
공결제도 있는 대학도 병원진단서 요구
공결제 이해 못하는 남학생들과의 갈등도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여성을 위한 여대에 생리공결제가 없는 게 말이 되나요.”
이화여대 재학생 박모(22)씨는 생리통이 심한 편이다. 심각하게 아픈 날에는 하루종일 메슥거림과 구토 증상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기도 한다. 생리통에 수업에 나가지 못해도 공결제도가 없기에 그 손해는 온전히 박씨의 몫이다. 박씨는 “진단서를 내면 인정해주는 교수님도 계시지만 병원에 가기보다는 약을 먹고 쉬는 편이라 그냥 결석 처리를 하고 만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大 26%, 생리공결제 없어
24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기준 서울 지역 31개 대학의 유고결석 인정과 관련한 규정을 취재한 결과 24개교(77.4%)가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여전히 광운대·상명대·서강대·서울과기대·성균관대·이화여대·한성대 등 7개교(22.6%)는 생리공결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생리공결제가 따로 마련되지 않은 학교 관계자들은 이미 학칙 등에 교수 재량에 따라 생리통으로 인한 결석을 인정해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이미 교수 재량을 통해 생리를 포함한 다양한 이유의 결석을 인정해주고 있다”며 “따로 생리공결제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학교 측 설명에도 학생들은 생리공결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교수에게 자신의 생리 중임을 밝혀야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뿐만 아니라 관련 증빙서류를 요구하는 교수도 있는 탓이다. 특히 생리공결제가 마련된 학교 중에서도 병원 진단서를 요구하는 학교도 있다. 국민대·서울시립대의 경우 학기당 1회 진단서를 제출토로 하고 있다. 동국대는 결석마다 진단서를, 홍익대는 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교내 건강센터에 제출해야 공결을 인정하고 있다. 생리공결제의 오남용을 막아내기 위해 이러한 절차를 도입했다는 게 이들 학교 측의 설명이다.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생리공결과 관련한 복잡한 절차로 출석 인정을 포기하는 학생도 많다. 동국대에 재학 중인 양모(23)씨는 “생리공결을 쓰려다가 등교가 불가능하다는 의사 소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사용하지 못한 친구가 있다”며 “생리공결이 있어도 사실상 쓸 수 없는 상황이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리공결제가 있는 학교에서도 생리공결제가 남녀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었다. 실제로 학교 커뮤니티 등에서 생리공결제를 두고 남학생과 여학생 간의 설전을 이어가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남학생은 생리공결제의 부당함을, 여학생은 생리공결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식이다.
일부 남학생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일부 여학생들의 제도 악용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정모(20)씨는 “일부 아이들을 보면 꼭 황금휴일이 끝나는 날이나 심지어 숙취가 심할 때도 생리공결을 사용하더라”며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수업 듣는 나만 바보 같고 짜증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정말 아픈 경우에도 생리공결을 사용하기 부담스럽다는 이들도 있었다.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이미나(가명·22)씨는 “술자리에서 동기 남자애들이 생리공결제에 불만 쏟아낸 이후 아파도 사용하기 눈치가 보인다”며 “저번에 정말 아파서 수업을 하루 빠졌었는데 동기가 잘 놀다 왔냐고 하길래 기분이 너무 나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이해를 위해 생리공결제가 더욱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식 한국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리공결제는 학습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권리이며 모든 대학이 생리공결제를 도입, 우리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해야 한다”며 “남녀를 편 가르고 나누는 것이 아닌 여성이라면 당연히 필요한 제도란 점을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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