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포커스] 차바이오텍, 갈 길 바쁜데…발목 잡는 자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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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바이오텍은 익숙하지 않아도 '차병원'을 들어보신 분들은 많으실 겁니다. 서울과 경기, 경상도 일대에 5개 병원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죠. 이 병원의 관계사가 차바이오텍입니다. 현행법상 기업은 병원을 소유할 수 없어 관계사로만 묶여 있는 회사로, 차바이오텍을 정점으로 한 계열사 10여 곳을 묶어 흔히 '차병원그룹'이라 합니다.
차병원그룹은 최근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을 거쳐오며 수익 방어에 성공한 가운데, 제약·바이오 산업의 새 먹거리로 불리는 위탁개발생산, CDMO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2019년 미국에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설립해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사업에 뛰어든 데 이어 올해는 판교에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CDMO 사업을 거칠게 이야기하면, 성공 가능성이 낮은 신약 개발 대신 약을 만드는 기술을 갖춘 공장을 잔뜩 짓는 겁니다. 실험실만 많고 공장은 부족한(혹은 없는) 전 세계 바이오 회사들이 약을 대신 생산해달라고 찾아오면 생산라인을 돌려 안정적인 매출을 뽑는 사업입니다. 안정성이 뛰어나지만, 초기에는 자금을 많이 들여 공장을 지어야 합니다.
미국 자회사인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가 투입한 비용은 5천만 달러, 우리 돈 700억 원에 달하고, 차바이오텍이 투자하는 금액도 1,105억 원에 달합니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은 만큼 그룹 전반의 자금력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실제 차바이오텍은 CDMO 시설을 짓는 과정에서 계열사 CMG제약과 차케어스 등과 함께 자금을 부담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연결 기준 77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회사 규모와 비교했을 때 큰 도전입니다.
적자 빠진 자회사들…자금 조달 '발목'
그런데 이런 차바이오텍의 도전 속 발목을 잡는 게 있습니다. 손실을 내고 있는 자회사들입니다. 차바이오텍은 상반기 기준 19개의 종속기업을 두고 있는데, 이 중 8개 기업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차백신연구소가 35억 원, 차바이오랩이 26억 원, CDMO 투자의 중심인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가 가장 큰 141억 원의 손실을 봤습니다.
최근 10년을 돌아보면,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년 중 7년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마지막 흑자는 2016년으로, 이듬해인 2017년부터 5년 연속 적자입니다. 올 상반기까지 10년 반 동안 50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해, 야금야금 그룹의 1년 영업이익에 다가섰습니다. 결과만 봤을 때, 기대를 모았던 차병원 네트워크와의 시너지는 없다시피 했습니다.
더 안 좋은건 최근 적자가 심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부터 적자 규모가 커지더니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적자 10억 원을 넘겼습니다. 올해도 상반기에 이미 6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이대로라면 작년 적자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이 적자 행진에 대해 "서울CRO는 바이오 임상에 주력하는 회사"라며 "신산업인 바이오 의약품의 특성상 3상 단계 등 대규모 임상이 별로 없고, 작은 규모의 임상을 주로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차바이오 그룹 전체가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에 집중하고 있고, 앞으로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향후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차바이오텍 연결 실적의 핵심은 해외 곳곳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자회사 '차헬스 시스템'에서 나옵니다. 지난해 매출 5천억 원에 순이익 2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적잖은 수익을 올리는 자회사지만, 결론적으로 차바이오텍의 연결 영업이익은 80억 원이 안 됐고, 당기순이익은 2년 연속 적자를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로 그룹의 수익성을 희생하고 있는 가운데 자회사 몇 곳이 발목을 잡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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