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m만 더 미끄러졌으면 민가 덮칠 뻔.." 활주로 벗어나 부서진 대한항공 여객기
한 승객 "내부 책자 다 날아갈 정도로 충격 커"
대한항공, 경영진 주재 총괄대책본부 소집
대한항공 국제선 여객기가 나빠진 기상 상황에서 무리하게 착륙하려다 활주로를 벗어나 여객기 바퀴와 동체 일부가 부서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7월 같은 항공사의 여객기가 엔진 결함으로 비상 착륙한 지 석 달 만에 활주로 이탈 사고가 발생하면서 여행객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24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35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A330-300 여객기(KE631)는 도착지인 필리핀 현지 기상이 나빠져 세부 막탄공항에 비정상 착륙했다. 세 차례의 착륙 시도 끝에 이 여객기는 도착 예정 시간보다 약 1시간 늦은 오후 11시 7분쯤(현지시간) 활주로 옆 수풀에 멈춰 섰다. 승객 162명과 승무원 11명은 비상 슬라이드를 타고 여객기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승객들은 세부 현지 호텔 세 곳에 머물고 있다. 이 여객기에 탔던 김모(31)씨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거의 1㎞ 앞에 도로가 있고 도로 변에 민가가 있었다"며 하마터면 활주로 너머 민가를 덮칠 뻔했던 아찔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이어 "내부 책자가 다 날아갈 정도로 충격은 엄청 강했다"고 회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춤했던 여행 분위기가 되살아나던 중 잇딴 사고에 여행객들의 걱정도 크다. 회원수 105만 명의 국내 최대 여행카페 스사사에는 "3개월 전 엔진에 불나서 비상착륙했을 때 그 비행기에 친척이 타고 있었다"며 "3개월 만에 이런 사고가 또 나다니 곧 (비행기) 타는데 찜찜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대한항공, 총괄대책본부 소집…항공견인·지원인력 파견
이번 비정상 착륙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필리핀 당국과 국토교통부는 여객기 브레이크 시스템이 고장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경영진 주재 총괄대책본부를 소집하고, 사고 현장에 지원 인력 37명을 보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사과문을 내고 "상황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탑승객들께서 불편함이 없게 안전하고 편안히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엔진결함 비상착륙·접촉사고…올해만 세 번째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발생한 접촉 사고나 비정상 착륙 사례는 올해만 세 번째다. 지난달 29일에는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이던 여객기가 이동하다 다른 여객기와 접촉 사고를 냈고, 7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엔진 결함으로 비상 착륙했다.
비행기 운항 경력이 25년 이상인 다른 항공사 소속 기장 A씨는 "세부는 기상 악화가 잦다"면서도 "동남아 이착륙 경험치가 부족한 조종사가 운항을 했다면 갑작스런 폭우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악천후와 항공기 결함 외에 인적 요인을 우려하는 시각은 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 3년 동안 항공기 운항을 과거만큼 못 했던 기장들이 복귀하면서 기량이 떨어진 기장의 복귀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해 1~4월에만 항공안전지표 19개를 위반한 국적기는 22건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행을 오래 쉰 기장 개인의 '인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며 "모의 비행장치 훈련을 하거나 기장·부기장 좌석 뒤에 '참관(옵저버)' 좌석에 탑승해 감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마련한 조종사 복귀훈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훈련 요구량은 휴직 기간에 따라 7단계로 차등화된다. 이 중 6개월 이상 쉰 조종사는 실습훈련과 관숙(동반) 비행 정도에 더해 이론 교육과 모의 비행 장치 훈련, 실제 비행 훈련까지 하고 이후 항공사 자체 심사를 거쳐 정부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한편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항공 사고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며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사고 경위를 알 수 있다"고 당부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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