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국도 시진핑 최측근 포진… 내부 충성경쟁 유도할듯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상무위원 7명을 포함해 모두 24명으로 구성된다. 지난 23일 발표된 정치국 위원 명단에서 13명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중 리간제(李幹傑·58) 산둥성 당서기, 허웨이둥(何衛東·65) 상장(대장 격)은 이례적으로 고속 승진했다. 외교가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낙점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승진과 함께 중앙서기처 서기(7명)로 임명된 리간제 산둥성 당서기는 시 주석의 핵심 사업인 환경 문제를 총괄해왔다. 칭화대에서 원전 기술을 공부하고 국가핵안전국장을 지냈다. 시진핑 2기에서 생태환경부 부장(장관)으로 일했다. 2020년 산둥성 성장이 된 후 1년 만에 당서기로 승진했고, 다시 1년 만에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다. 한 소식통은 “산둥성 당서기의 경우 톈진 등 대도시를 한 번 더 거쳐 중앙 무대에 진출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례적으로 초고속 승진한 경우”라고 했다.
리간제는 최고 지도부 아래서 중앙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서기처에서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중앙판공청 주임 등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를 만나본 한 인사는 “통상 지방 책임자들이 기업인들을 만나면 스스로 비즈니스맨이 된 듯 투자를 더 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일반적인데 리간제는 인민을 위한 길 같은 정치나 국가 차원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군인 가운데는 정치국 위원 승진과 함께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임명된 허웨이둥 상장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중앙군사위는 주석 이외에 부주석 2명, 위원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중국군 최고 지휘부다. 1972년 군에 입대한 그는 대만과 마주한 푸젠성에서 근무했다. 시 주석이 푸젠성에 근무했을 당시 해당 부대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전구 부사령관을 거쳐 대만해협을 관할하는 동부전구 사령관을 지냈다. 중국 정치 권위자인 우궈광 캐나다 빅토리아대 교수는 “중·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던 장유샤(張又俠·72)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대만 상황을 잘 아는 허웨이둥 모두 지전파(知戰派)”라고 평가했다.
리수레이(李書磊·58) 중앙선전부 부부장도 정치국에 진입하며 중앙서기처 서기가 됐다.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의 뒤를 이어 시진핑의 책사이자 ‘입’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3기에서 중앙선전부장을 맡을 전망이다. 리수레이는 14세에 베이징대에 입학한 ‘신동’으로 유명하다. 중국공산당 중앙당교에서 근무하며 2007년 차기 지도자로 낙점된 시 주석이 중앙당교 교장을 맡았을 때 시 주석을 보필했다. 중앙당교는 중국공산당의 싱크탱크이자 고위 간부 교육을 담당한다. 국가감찰위원회 부주임을 맡은 후 지난 4월 중앙당교 상무부부장이 됐다. 시 주석의 연설문 집필자로 알려졌다.
정치국 승진 위원 가운데 경제 관련 인사는 시자쥔(習家軍·시진핑의 오랜 측근 그룹)인 허리펑(何立峯·67) 국가발전개혁위 주임이 주목된다. 내년 3월 정부 인사가 발표되면 시 주석의 동창인 류허 부총리에 이어 국무원 부총리를 맡을 전망이다. 허 주임은 시 주석이 푸젠성에 근무할 때부터 알고 지냈으며 시 주석이 펑리위안 여사와 결혼했을 때 참석했던 몇 안 되는 하객으로 알려졌다.
허 주임이 부총리에 선임되면 시진핑 3기 내부에서 경제 권력을 둘러싼 친시진핑 세력 내 권력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리창(李強·63) 상하이시 당서기가 상무위원 승진과 함께 차기 총리로 내정돼 경제를 총괄하겠지만 동시에 지난 10년간 시 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딩쉐샹(丁薛祥·60) 중앙판공청 주임이 상무부총리에 임명되고, 허 주임이 부총리가 돼 무역·금융을 관장하면 이들 트로이카가 시 주석 앞에서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20차 당대회를 통해 명실상부한 ‘1인 지배’를 확립한 시 주석이 내부 충성 경쟁을 유도하며 후계자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로 정치국에 진입한 사람 가운데 과학 기술 분야 출신의 약진도 눈에 띈다. 마싱루이(馬興瑞·63) 신장위구르자치구 당서기, 위안자쥔(袁家军·60) 저장성 당서기는 ‘항천방(航天幫)’으로 불리는 항공우주 전문가이고, 인리(尹力·60) 푸젠성 당서기는 공공 의료 전문가, 베이징시 당서기로 승진할 것으로 보이는 천지닝(陳吉寧·58) 베이징시 시장은 환경 전문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문가를 인용해 과학 기술 관료의 약진에는 과학기술 자립을 원하는 시 주석의 뜻도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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