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설비관리자 의무채용 2년.. 80%가 아직 사람 못구해 아우성

김태주 기자 2022. 10. 25.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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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안맞는 과도한 규제 논란
학교서 일하려는 기술자 없어
年6000만원 인건비도 큰 부담

불필요한 규제에 대한 개혁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가 계속 도입되고, 현장에서는 규제 요구를 맞추지 못해 아우성치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 시행된 전국 초·중·고교 ‘기계 설비 유지 관리자’ 상주 의무화가 그런 사례다. 학교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기한을 정하고 그때까지 안 하면 과태료를 매기게 했는데 약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상 학교 5곳 중 4곳이 아직 관리자를 못 찾아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기계설비법은 1만㎡ 이상 건축물에 설치되는 냉난방·온수·환기 등 기계 설비 관리 강화를 위해 유지관리자를 선임하거나 시설 관리 전문 업체에 상주 위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국 학교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연면적 3만㎡ 이상 학교는 작년 4월, 1만5000㎡ 이상 3만㎡ 미만은 올 4월, 1만㎡ 이상 1만5000㎡ 미만은 내년 4월까지 관리자를 선임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그런데 본지가 조사해보니 지난 4월까지 관리자 선임을 해야 하는 연면적 1만5000㎡ 이상 전국 초·중·고교 515곳 중 자격증이 있는 정식 관리자를 선임한 학교는 112곳(21.7%)에 불과했다. 서울·인천·충북은 교육청 차원에서 아직 실태 파악도 되지 않아 제외한 수치다. 일부 지역에선 관리자를 못 구해 지자체에 과태료(300만원)를 낸 학교들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관련 인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관리자는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에서 발급해주는 건축설비, 배관, 건설기계설비 등 기계 설비 관련 기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들은 이미 자기 일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리자에게 줘야 할 연 6000만원 인건비도 학교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이라고 한다.

내년 4월까지 관리자를 선임해야 할 전국 초·중·고는 전국에 3244교. 이들도 똑같은 고민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공장, 아파트 등 다른 건축물들과는 달리 학교는 냉방기, 온수기, 펌프 등 단순한 설비가 전부인데 중급·고급 기사 자격증을 갖춘 관리자가 상주하며 관리를 해야 한다는 지침이 이해가 안 된다”면서 “관리자 1명이 여러 학교를 담당할 수 있도록 ‘비상주 근무’와 ‘겸임 금지’ 조항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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