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간 전세계 생물개체군 69% 소멸.. 생태계 회복 행동 나서야"

서귀포=이미지 기자 2022. 10. 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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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람베르티니 세계자연기금 사무총장 인터뷰
탄소중립처럼 국제적 시한 정하고
사회-경제 전반 삶의 양식 바꿔야
한국 해상보호구역 늘릴 필요 있어.. 자연 손실, 기후변화만큼 위협적
14일 제주 서귀포시 ICC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마르코 람베르티니 세계자연기금(WWF) 사무총장이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람베르티니 사무총장은 2014년부터 WWF 사무총장을 맡아 생태계 보전 활동과 플라스틱 저감 운동 등을 이끌어 왔다. 세계자연기금 제공
세계적인 환경단체 세계자연기금(WWF)은 격년으로 발간하는 ‘지구생명보고서’를 13일 발표했다. 전 세계 생물종의 상태와 생태계 건강도를 진단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에서 2018년 사이 전 세계 생물 개체군의 69%가 사라졌다. 1961년 설립된 WWF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 5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단체다.

보고서 발표 다음 날인 14일 제주에서 마르코 람베르티니 WWF 사무총장(64)을 인터뷰했다. 이탈리아 출생인 람베르티니 사무총장은 35년간 환경운동을 펼쳐온 생태 전문가로, 2014년부터 WWF 수장을 맡아왔다. 그는 13∼15일 세계 환경 문제를 논의하는 ‘2022 제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리더스포럼’ 참석차 제주를 방문했다. 전 세계 환경부와 환경단체 관계자, 환경 관련 민간기업 대표 등이 모인 이 자리에서 람베르티니 총장은 ‘네이처-포지티브(Nature-Positive)’를 외쳤다.

―올해 IUCN 포럼의 주제인 네이처-포지티브란 무엇인가.

“네이처-포지티브란 자연 파괴(negative)를 멈추는 것을 넘어 자연과 전 생태계를 ‘회복(positive)’시키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흡수를 늘려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Carbon-Neutrality)’ 개념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자연은 이미 너무 파괴되었기 때문에 ‘자연중립’만으론 충분치 않다. ‘네이처-포지티브’한 행동이 필요하다.”

―48년간 전 세계 생물 개체군이 69% 줄었다는 지구생명보고서 내용은 충격적이다.

“앞서 말했듯이 자연파괴, ‘자연손실(nature loss)’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담수어종은 48년간 83% 줄었다. 인간이 강에 얼마나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에서는 94%의 생물종이 사라졌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업, 광업, 임업, 건축업 등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모든 삶의 양식을 바꿔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시민들을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몬트리올 의정서라는 국가 간 협약이 체결됐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명확한 목표도 세웠다. 자연과 생태계에 있어서도 네이처-포지티브 하겠다는 (국제적) 약속과 목표, ‘데드라인(시한)’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자연과 생태계 상황은 어떤가.

“한국은 매우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한 국가다. 한국을 포함해 지난 50년간 빠르게 발전한 국가들은 모두 자연 파괴와 생물종 감소 문제를 겪었다. 한국의 경우 육상 보호구역(국립공원 등)은 전체 면적의 17%이지만 해상 보호구역은 전체의 2.5%에 불과해 바다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해 보인다. 수역의 자연 환경을 개선하면 물고기 수도 늘어난다. 보호가 (경제와 배치되는 게 아니라) 지역 경제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8년간 WWF를 이끌며 다양한 활동을 했다. 플라스틱 저감 운동도 벌였다.

“플라스틱은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다. 바다로 흘러들어가 전 세계를 돌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전반적으로 줄이고, 회수와 재활용량을 늘려야 한다.”

―최근 한국 정부가 플라스틱 폐기물을 저감하기 위해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려다 반대 등에 부딪혀 시행 시기와 규모를 변경했다.


“플라스틱 저감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규제를 시행함에 있어서는 (이해당사자들 간) 협의가 매우 중요하다. 규제를 알리고, 같이 논의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래야 규제 대상도 규제에 대비할 수 있고, (규제에) 문제가 있다면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다른 자연보호 활동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나는 늘 먼저 지역 주민들에게 말을 걸고, 설득하고, 참여시켰다.”

―한국에서 10년째 찬반이 첨예하고 갈리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제방을 쌓아 강 주변 습지를 덮어버리면 강의 자연정화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범람도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재자연화’(제방을 비롯한 인공적 구조물을 없애는 것)를 시행하는 곳도 많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자연 손실은 기후변화만큼 위험하다. 멸종, 자원 고갈, 환경오염은 기후변화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자연을 지키면 자연은 우리를 더 많이 지켜줄 것이다. 반면 우리가 자연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민들에게 꼭 전하고픈 이야기다.”

서귀포=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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