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인' 수낵, 영국 사상 첫 비백인 총리..경제 구원투수 될까

정의길 2022. 10. 2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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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떠난뒤 보수당 대표 단독후보로 무투표 확정
인도계 엘리트..부인은 영국내 222번째 부자
영국의 79대 총리로 사실상 확정된 리시 수낵 새 보수당 대표(왼쪽에서 네번째)가 24일(현지시각) 오후 보수당 평의원들의 모임인 ‘1922 위원회’ 위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런던/AP 연합뉴스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인도 혈통의 리시 수낵(42) 전 재무장관이 79대 영국 총리로 확정됐다. 대영제국으로 전세계를 호령했던 영국 총리에 ‘비백인’이 오르는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보수당 평의원들의 모임인 ‘199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레이디 의장은 24일(현지시각) 오후 “(보수당 대표 경선에) 후보가 한 명밖에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에 따라 리시 수낵이 새 보수당 대표로 선출됐다”고 선언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장내에 모인 보수당 의원들이 책상을 치며 환호성을 울렸다. <비비시>(BBC) 방송은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리즈 트러스에게 패한 지 7주 만에 수낵이 새 승자가 됐다”며 “그는 첫 아시아계 총리가 되어 영국이 마주한 거대한 경제적 도전에 맞서야 한다”고 전했다.

보수당은 지난 20일 트러스 총리의 사임 선언으로 급하게 치러지는 이번 대표 경선은 이날 오후 2시까지 후보를 모은 뒤, 28일 당선자를 정하는 등 간소하게 끝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마가 점쳐지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23일 뜻을 접었고, 페니 모돈트 하원 원내대표도 출마에 필요한 지지 의원(100명)을 확보하지 못해 무투표로 당선자가 확정됐다.

수낵은 앞선 23일 트위터에 “영국은 위대한 나라이지만 근본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것이 내가 보수당 대표 그리고 차기 총리에 도전하는 이유”라며 “우리 경제와 우리 당을 고치고 싶다”고 적었다. 이날 보수당 대표에 당선된 수낵은 찰스 3세의 임명을 받아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1812년 로버트 젱킨슨 이래 210년 만의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도 세우게 된다.

펀자브 지방에 뿌리를 둔 인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수낵은 엘리트 교육을 받은 보수 정치인이다. 인종은 인도계지만, 부와 명예를 겸비한 영국의 초엘리트 계층에 속한다. 유명 남성 사립 기숙 고등학교인 ‘윈체스터 칼리지’를 거쳐, 옥스퍼드대에서도 정치·경제계 유력 인사를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유명한 철학·정치·경제(PPE)를 전공했다. 이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유학해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밟았고 유학 때 만난 인도 아이티(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인 악샤타 무르티와 결혼했다.

인도 국적인 무르티는 비거주자로 세금 신고를 해 인포시스 지분으로 얻은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 큰 비판을 받았다. 이 문제는 두고두고 수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수낵의 부인이 약 7억3천만파운드(1조1909억원)의 재산을 가진 영국 222번째 부자라고 전했다.

영국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보수당 당 대표 경선에서 유력한 주자인 리시 수낵 의원이 23일 런던에 있는 자신의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다. AP 연합뉴스

수낵은 힌두교 성전인 <바가바드기타>를 들고 의원 선서를 한 힌두교도이기도 하다.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2015년 인도 신문 <비즈니스 스탠더드> 인터뷰에서 “나는 완전히 영국인이고 영국은 나의 고향이고 조국이다. 하지만 나의 종교는 힌두교이고 문화유산은 인도에 있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정부 때 재무장관(2020년 2월~2022년 7월)으로 발탁돼 차기 총리 후보로 주목받았고, 취임 뒤 코로나19로 극복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주도하며 인기를 얻었다. 2021년에는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해 법인세 인상을 주도했다. 그에 따라 영국의 법인세는 2023년 4월부터 19%에서 23%로 오른다.

수낵은 존슨 당시 총리가 지난 7월 초 사퇴를 발표한 뒤 진행된 보수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으나, 대규모 감세를 주장한 트러스 당시 외교장관에게 패했다. 그는 당시 이 감세 공약을 “동화”라고 비판했으나 보수당 당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트러스는 영국 헌정사상 최단임 총리라는 불명예를 쓰게 됐고, 수낵은 첫 인도계 총리라는 영광과 함께 ‘경제 재건’이라는 난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조기원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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