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우간다 "아프리카 경제발전은 왜 안 돼?"

김혜리 기자 2022. 10. 2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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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파괴’ 경고 무시하고
4조원대 송유관 건설 강행
채굴된 석유 대부분 유출
해외투자자만 이득 우려도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와 우간다가 기후위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몇달 내로 4조원대 송유관 건설 작업을 강행할 방침이라고 24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

이들은 수백년간 화석연료를 써온 유럽 등이 이제서야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것은 “자기중심적이고 모순적”이라며 아프리카도 경제발전을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입장이다.

두 나라는 2020년 내륙국가인 우간다에서 원유를 채굴해 탄자니아 해안까지 나르는 1440㎞짜리 송유관 건설 협정에 서명했다. 해당 사업은 프랑스의 석유회사 토탈이 주도하고, 중국해양석유(CNOOC) 등도 파트너로 참여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환경단체들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선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을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의회도 지난 9월 결의안에서 동아프리카 원유 수송관 사업에 대한 환경·사회적 영향 평가가 정확히 이뤄지지 않았으며, 채굴지가 자연보전지에 있어 생물 다양성에 영향을 미칠 거라 지적했다. 또 수송관 건설에 반대한 인권운동가들이 체포되는 등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EU 의회가 “너무 천박하고, 너무 자기중심적”이라며 분노를 표했다. EU 회원국들을 비롯한 부국들은 수백년간 화석연료를 마구 사용해왔는데 왜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써서는 안 되냐는 얘기다. 실제로 EU 회원국들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7%를 차지하는 데 비해 아프리카는 3%밖에 배출하지 않는다. BBC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석유 채굴이 시작되면 우간다는 해당 송유관으로 원유를 매일 적어도 23만배럴씩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통해 연간 세수의 30~75%인 15억~35억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탄자니아 역시 해마다 약 10억달러 규모의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채굴된 석유의 대부분이 수출용이라 해당 사업이 결국엔 해외 투자자들과 자국 엘리트층의 배만 불릴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수송관 건설 반대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나부얀다 존 솔로몬은 해당 프로젝트가 우간다 자연환경을 파괴할 위험이 있고, 주민 수천명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땅을 매각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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