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 인도계 리시 수낵 '영국 새 총리'

김재중·박효재 기자 2022. 10. 2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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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비백인계·최연소 기록

영국 신임 총리로 인도계 출신인 리시 수낵 전 영국 재무장관(42)이 확정됐다. 집권당인 보수당의 새 대표 선거에서 강력한 경쟁자였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하고, 당 대표 경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페니 모돈트 하원 원내대표가 기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낵 전 장관은 당 대표이자 영국 역사상 최초의 비백인 총리가 됐다. 그는 1980년 5월생으로 210년 만에 최연소 총리 기록도 갈아치웠다.

영국은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감세안을 밀어붙이다 시장의 역풍을 맞아 취임 44일 만인 지난 20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새 총리를 뽑는 절차에 돌입했다. 보수당은 당내 의원 100명 이상의 지지를 후보 등록 요건으로 내세웠다.

24일(현지시간) BBC, 가디언 등에 따르면 수낵 전 장관은 보수당 의원 357명 중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200여명에게서 지지를 확보했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모돈트 하원 원내대표 측에서는 이날 90명까지 지지를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중도 포기했다. 모돈트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이번 역사적인 결정은 다시 한번 우리 당의 다양성과 재능을 보여준다”면서 “리시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가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의원들의 의향투표를 거친 뒤 28일까지 보수당원들의 온라인 투표를 통해 승자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표류’ 영국호 새 선장은 엘리트 부자

리시 수낵 새 영국 총리는 누구

슈트 차려입고 취임 44일 만에 사퇴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영국의 새 총리로 선출될 것이 유력한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런던에 있는 자택에서 나오고 있다. 런던 | 로이터연합뉴스

경쟁자 존슨 전 총리 불출마
경선 예고한 모돈트도 기권
보수당 200여명 지지 확보

의사·약사 부모 지원 아래서
명문 코스·금융계 거쳐 정계
“경제 바로잡고 통합 이룰 것”
해외 소득세 안 내 논란도

지난 7월 사임한 존슨 전 총리는 카리브해에서 휴가를 보내다 지난 20일 트러스 전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발표하자 급히 귀국해 총리 선거 출마를 준비해 왔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부가 시민들의 모임을 강력히 봉쇄한 기간에 여러 차례 파티를 즐겼고, 이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던 끝에 사퇴했다. 그럼에도 존슨 전 총리는 보수당원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지난 18일 발표한 후임 총리로 가장 선호하는 인물을 묻는 보수당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32%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존슨 전 총리는 국가와 당의 화합을 위해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경쟁자인 수낵 전 장관이나 모돈트 원내대표에게 경선을 피하기 위한 후보 단일화를 하자고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이 통합되지 않으면 잘 통치할 수가 없다”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보지만 지금은 적당한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수낵 전 장관의 아버지는 인도에서 영국 의대로 진학해서 의사가 됐고, 이민 1.5세인 어머니는 약사였다. 외조모는 동아프리카에 살다가 자녀들을 위해 영국으로 이주했다. 수낵 전 장관은 영국 최고 명문 사립고교와 옥스퍼드대, 미국 스탠퍼드대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이후 금융계로 진출해서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헤지펀드 파트너 등으로 일했다. 2015년 하원의원에 당선해 정계에 입문한 뒤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내각을 거쳐 2020년 2월 정부 내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재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그는 영국 부자 순위에 들 정도로 부유하다. 더 타임스 올해 영국 부자 명단에서 수낵 전 장관 부부가 당시 기준 자산 7억3000만파운드로 222위에 올랐다. 스탠퍼드대에서 만난 부인 아크샤타 무르티가 인도 정보기술(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 나라야나 무르티의 딸로, 자산 대부분은 부인이 보유한 인포시스 지분이다.

그는 올해 초 인도 국적인 부인이 송금주의 과세제를 이용해서 해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은 점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당시 그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증세를 추진하던 중이어서 더욱 논란이 됐다.

수낵 전 장관은 존슨 전 총리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맡았다. 그는 존슨 전 총리의 후임을 뽑기 위한 지난 선거에서 원내 경선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도 당원 투표에서 패해 2위로 밀렸다. 존슨 전 총리의 내각에서 가장 먼저 사표를 던져서 사임을 촉발한 ‘배신자’ 이미지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수낵 전 장관 앞에 놓인 과제는 결코 쉽지 않다. 트러스 총리의 경제정책 혼선으로 촉발된 시장의 혼란을 바로잡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와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영국 경제를 이끌어가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영국의 차기 총리는 통제하기 어려운 보수당과 공공 재정에 관한 엄격한 규율을 기대하는 금융시장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낵 전 장관은 이번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영국이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빠져 있다며 “우리 경제를 바로잡고, 우리 당을 통합시키며, 나라를 이끌고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수낵 전 장관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최근 6년 새 5번째 영국 총리가 된다.

김재중·박효재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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