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년도 눈치 안 보고 뛰노는 그런 놀이터 필요해요"[현장에서]

김보미 기자 2022. 10. 24. 21: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북구 '하하하 팝업놀이터'
초교 4~6학년 아이들 25명
'놀 권리' 외치며 직접 기획
내달 북서울꿈의숲서 재개
지난 23일 서울 강북구 솔밭근린공원에 생긴 팝업놀이터에서 놀이터를 기획한 문은솔양(왼쪽)과 문해솔양(왼쪽에서 두번째)이 물줄기를 분사하는 기구 주변에 모여 물놀이를 하고 있다. 김보미 기자

평소 어르신들만 있어 고요했던 서울 강북구 우이동 솔밭근린공원이 지난 23일 아이들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적막했던 공간에 활기를 돌게 한 것은 놀이터였다. 지역에 사는 초등학생 어린이 놀이기획단이 놀이터를 지금 당장 하고 싶은 놀이들로 가득 채웠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종이 상자로 만든 거대한 블록으로 엄마·아빠와 젠가를 쌓거나, 상자를 이어 붙여 만든 미로 안을 돌아다녔다. 장난감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제작소와 바퀴를 단 고무 대야에 줄을 매달아 서로 끌어주는 경기장도 보였다.

지난 22~23일 공원에 문을 연 ‘하하하 팝업놀이터’는 ‘하지 말라고 하지마! 하고 싶으면 같이해’라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프로젝트다. 지역 초등학교 4~6학년 25명으로 구성된 놀이기획단이 매주 만나 각자 어떻게 놀고 싶은지, 어떤 도구가 있으면 잘 놀 수 있을지 등을 토론해 탄생한 공간이다. 강북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아이들의 놀 권리가 상실됐다”며 “아동과 청소년 등 나이에 상관없이 밖에서 놀 수 있는 공간을 아이들이 직접 기획하자는 취지로 추진된 놀이터”라고 설명했다.

“어린 아기와 저학년이 많은 동네 놀이터는 눈치가 보여 고학년이 되면 놀지도 못하고 나와요”, “ ‘뛰지 말아라’ 집에서도 밖에서도 매일 듣는 소리예요. 어린이들은 뛰는 걸 제일 좋아하는데 못하게 해요”, “학원에 가느라 놀 시간이 없는 친구도 있어요. 우리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놀고 싶어요”.

초등 고학년인 놀이단은 놀 때마다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에 대해 가장 많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하하하 놀이터의 ‘물웅덩이’는 눈치 보지 않고 놀려고 만든 공간이다. 1분에 한 번씩 여러 구멍에서 나오는 물줄기를 피해 지나가는 게임을 하거나 물이 나오며 생긴 바닥 웅덩이에서 흙놀이도 한다. 놀이단에 참가한 문은솔양(13)은 “물을 좋아해서 빗물이 고인 웅덩이를 보면 물을 튀기며 지나가고 싶지만 어른들은 ‘하지 말라’고만 하니 놀이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은솔양과 쌍둥이 자매인 해솔양은 땅에 낙서하고 땅따먹기도 하는 바닥 놀이 공간이 하하하 놀이터에서 가장 좋다고 했다. 놀이터에 비눗방울 미끄럼틀을 제안했던 해솔양은 “비눗방울을 터뜨리는 것도 재밌고, 옷이 더러워지는 것을 상관하지 않고 노는 공간을 갖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쌀쌀해진 날씨 탓에 이번엔 설치되지 못했다.

스마트폰 메신저 등 비대면 소통이 중심인 세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친구와 만나 노는 것이 제일 좋다. 놀이단이 놀이터 구상 초기에 ‘하고 싶은 놀이’에 대해 의견을 모았는데 달리기, 모래놀이, 보물찾기 등 과거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활동을 적어냈다.

해솔양은 “고학년이 되면 놀이터를 좋아하지 않다는 것도 편견”이라며 “학교 운동장, 편의점, 학원 말고 놀 수 있는 곳이 새로 생기면 친구들과 만나 놀고 싶다”고 말했다. ‘하하하 팝업놀이터’는 오는 11월5~6일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열린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아이들의 놀고 싶은 욕구가 놀이터에 많이 반영된 것 같다”며 “아이들이 직접 기획한 놀이를 많은 어린이가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