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공포'에 벌벌 떠는 예천 농가들
"닭 살피느라 잠도 못 자" 농민들 확산 우려에 '초비상'
“농가들 초비상 상태지 뭐. 닭들 상태 살핀다고 며칠째 잠도 못 자.”
경북 예천군에서 식용으로 쓰일 닭을 기르는 60대 농장주 김모씨는 24일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닭들을 챙기느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이 지역 가금농장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서다.
김씨는 “AI가 발생하면 말 그대로 길바닥에 나앉는다”면서 “자식같은 닭을 살처분하고 다시 병아리를 키우는 동안 온가족이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경북 예천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하면서 농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유럽과 미국 등에서 AI가 급증한 가운데 겨울 철새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시작하면서 AI 확산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예천군 종오리(알을 낳기 위해 키우는 오리) 농장에서는 지난 19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H5N1형이 확인됐다. 올가을 들어 전국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첫 고병원성 AI다. AI는 겨울철에 유행하는 바이러스로 국내에서는 10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가 특별방역 기간이다.
사흘 뒤인 지난 22일 예천군 육용종계 농장에서도 고병원성 AI H5N1형 확진 판정이 나왔다. 이 농장은 종오리 농장으로부터 1.1㎞ 떨어진 곳이다.
종오리 농가에서는 9500마리의 오리가, 육용종계 농장에서는 3만2000마리의 닭이 살처분됐다. 사흘 만에 고병원성 AI 확진이 잇따르자 농장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AI 방역이 벌써 뚫린 것 아니냐는 걱정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북지역에서 3000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닭 농가는 339곳으로 사육되는 닭의 수는 2500만마리에 달한다. 이는 전북과 경기, 충남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방역당국은 오리의 경우 AI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상태도 발견되는 만큼 방역이 뚫린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오리농장에서 AI가 확인되기 이전에 육계농장으로 AI가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경북도 관계자는 “3000마리 이상 사육하는 전업농 19곳 대한 정밀검사와 위험도가 높은 경북의 산란계 밀집 단지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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