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민심 이반'..'1인 독주' 시진핑의 숙제

이종섭 기자 2022. 10. 2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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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3기 과제와 전망 ①정치·사회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다음날인 24일 발행된 중국 신문 1면에 일제히 3연임을 확정지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진이 크게 실려 있다. 베이징 | 로이터연합뉴스
독재·코로나 등 불만 누적…일부 주민들 낙서 시위 “해방감”
당에선 “중국몽 향한 단결” 구호, 시 주석 개인숭배 강화
측근 일색 지도부 등 ‘문고리 권력’ 강화…민심 전달 등 난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공산당 총서기직 3연임을 확정하는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개막을 앞둔 지난 13일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 주요 대학들이 밀집한 베이징 하이뎬(海淀)구의 한 고가도로에 현수막 두 장이 내걸렸다.

흰색 바탕의 현수막에는 붉은 글씨로 ‘봉쇄 말고 자유가 필요하다. 영수 말고 선거권을 요구한다. 노비 말고 공민이 돼야 한다’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당과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되는 중국에서 당 대회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최고 지도자를 겨냥한 노골적인 비판 문구가 베이징 한복판에 내걸린 것이다. 외신과 누리꾼은 현수막을 게시하고 현장에서 체포된 남성을 ‘브리지맨’이라 부르고 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당시 맨몸으로 탱크를 막아섰던 ‘탱크맨’을 연상시키는 표현이다.

시 주석은 지난 23일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당 총서기에 재선출되며 최소 15년의 장기집권 시대를 열었다. 집권 3기 지도부가 모두 친위 세력으로 채워지고 당내 견제 세력이 사라졌으며 당장(黨章·당헌) 개정을 통해 자신의 당내 지위도 더욱 확고히 했다. 이전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된 것이지만 14억명 인민을 이끌고 그가 내세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내부적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다독이고 장기집권의 정당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통제된 사회의 특성상 표면적으로는 민심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시 주석에게 집중된 1인 권력과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속되고 있는 강력한 사회적 통제 조치로 대중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 대회 기간 화장실 낙서와 벽보 시위가 확산된 것은 민심 이반의 징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 대회 직전 베이징 고가도로에 반체제적 현수막이 내걸렸다 철거된 뒤 베이징과 상하이, 톈진, 광둥성 선전 등 여러 지역에서 현수막에 적힌 것과 비슷한 구호가 담긴 화장실 낙서와 벽보가 등장했다. 강력한 검열 시스템으로 온라인상 여론을 통제하고 폐쇄회로(CC)TV로 촘촘한 감시망을 갖춘 중국에서 화장실 같은 은밀한 공간이 일종의 정치적 해방구가 된 것이다. 화장실 낙서 시위에 동참한 중국 동부의 대학생 러벤 우(가명)는 CNN에 “이 나라에서는 정치적 자기표현이 허용되지 않는다. 낙서를 할 때 오랫동안 잃어버린 해방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민심 이반 조짐이 당장 사회적 반발로 확산되지는 않겠지만 길게는 10년 혹은 그 이상을 내다보는 시 주석의 장기집권 기반을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시 주석이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더욱 강력한 절대 권력을 쥐게 됐지만 그에 따른 내부의 반발도 소리 없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몽을 향해 단결·분투하자’는 구호만으로 시 주석이 장기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14억 인민을 끌고 나가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시 주석은 민심을 달래기보다 당의 권위를 앞세워 사회적 통제 수위를 높이고 개인숭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절대 권력을 지키려 할 공산이 크다. 견제 세력이 모두 퇴출되고 ‘문고리 권력’이 강화된 만큼 그 위험성은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당내 권력 서열 5위에 오른 차이치(蔡奇) 중앙서기처 서기는 당 대회에서 “시진핑 총서기는 전당과 전국 민족·인민의 길잡이이며 우리가 진정 사랑하는 인민 영수임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며 개인숭배에 앞장섰다. 또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관영언론들은 “준엄한 국내외 환경에서 새로운 위업을 창조하려면 강력한 지도 핵심과 지도체계가 있어야 한다”며 ‘시진핑 띄우기’에 한창이다.

이런 상황에서 권부의 핵심에 민심이 제대로 전달될 리는 만무하다. 가디언은 이번 당 대회 결과에 대해 “시 주석을 둘러싼 숭배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며 “당과 국가는 오직 한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회의실이 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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