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생태계 보고' 공릉천 하류, 새들은 안녕하신지..

박경만 2022. 10. 2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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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DMZ)와 임진강 등 접경지역 생태와 사라져가는 우리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황헌만(74) 작가가 지난 15년간 경기도 파주 교하강 새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책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 (소동출판사)를 펴냈다.

책에는 2008년부터 교하강과 교하들판에서 만난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 황조롱이, 큰고니, 개리 등 60여 종의 새들과 농부들의 농사짓는 모습, 강을 건너는 고라니, 갈대와 버드나무 등 습지 풍경이 따뜻한 시선으로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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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헌만 작가 교하강 새들 이야기 담은
사진집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 내
황헌만 작가가 천연기념물 재두루미들이 경기도 파주시 교하들판 위를 나는 모습을 찍었다. 소동출판사 제공

비무장지대(DMZ)와 임진강 등 접경지역 생태와 사라져가는 우리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황헌만(74) 작가가 지난 15년간 경기도 파주 교하강 새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책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소동출판사)를 펴냈다.

교하강은 한강의 마지막 지류인 공릉천 하류를 교하 주민들이 부르는 이름이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교하들판을 가로지르는 교하강 일원은 거대한 습지로 생태계의 보고다. 먹이가 풍부해 텃새, 철새, 나그네새, 길잃은 새 등 온갖 새들의 먹이터이자 보금자리 구실을 한다. 습지의 버드나무와 갈대는 물·바람과 함께 흔들리고, 새들은 자유롭게 남북을 오간다.

황 작가는 24일 전화 인터뷰에서 “10여 년 전만 해도 교하들판은 농부가 논을 갈면 백로가 따라다니며 먹이를 찾았고, 농부들은 추수가 끝난 뒤 낟알을 일부러 논에 남겨두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공릉천 하류 제방을 확대 포장하는 하천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새들과 동물은 떠나가고 습지는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높이 3m의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한 농수로 재정비공사는 교하강 둔덕을 까맣게 메우던 말똥게와 양서류 등 습지와 들판을 오가는 동물의 이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황헌만 작가. 소동출판사 제공
경기 파주시 교하들판을 찾은 독수리와 까치. 황헌만 작. 소동출판사 제공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 표지.

책에는 2008년부터 교하강과 교하들판에서 만난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 황조롱이, 큰고니, 개리 등 60여 종의 새들과 농부들의 농사짓는 모습, 강을 건너는 고라니, 갈대와 버드나무 등 습지 풍경이 따뜻한 시선으로 담겨있다. 황 작가는 “세계에 내놓아도 자랑할만한 풍경과 종 다양성을 갖춘 교하습지가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우리가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에 관해, 자연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과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무분별한 개발 앞에서 자연이 어떻게 무력해지는가에 관해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남기 소동출판사 대표는 “평소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던 교하강이 개발사업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면서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기도 했 다. 이 책이 공릉천 난개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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