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9명 불법 파견' 전 한국GM 사장에 징역 1년 6개월 구형

24일 오전 9시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불법 파견 혐의를 받는 카허카젬 전 한국지엠 사장을 엄중히 처벌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제공

노동자 1719명을 불법 파견받아 직접 생산 공정에 투입한 혐의로 기소된 카허카젬 전 한국지엠(GM)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이 구형됐다.

인천지검은 24일 인천지법 형사2단독 곽경평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카허카젬 전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한국지엠 법인에 벌금 3천만원을 구형했다. 한국지엠 간부와 협력업체 사장 등 17명에게는 최고 징역 10개월에서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카허카젬 전 사장 등이 협력업체 관련 내용을 보고받거나 결제한 정황이 담긴 문건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이런 형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카허카젬 전 사장과 한국지엠 간부 등 5명은 2017년 9월1일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 한국지엠㈜ 부평, 창원 공장에서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 22곳에서 노동자 1571명을 파견받아 파견 금지 업무인 자동차 차체 제작·도장·조립 등 직접생산공정 업무를 시킨 혐의로 2020년 7월21일 기소됐다. 또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는 2017년 9월1일부터 2018년 2월까지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 2곳에서 노동자 148명을 불법 파견받아 직접생산공정 업무를 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관련 문건이 대법원 민사소송 제기 뒤 법률 리스크를 분석하고 해당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때 필요한 금액을 분석한 자료”라고 반박했다. 또 “검찰은 과거 전통적 생산방식에 얽매여 파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현실에는 다양한 무명계약이 존재할 수 있다. 전형적인 도급 계약이 아니라고 이를 파견이라고 판단하면 수급업체는 모든 시설과 인력을 잃고 폐업해야 할 처지가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는 이날 오전 9시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카허카젬 전 사장 등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정규지회 쪽은 “2013년 대법원은 닉 라일리 전 한국지엠 사장에 대해 창원 공장에서 843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를 인정했지만, 고작 700만원의 벌금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며 “이로 인해 한국지엠의 불법 파견은 계속됐다”고 했다. 이어 “파견법 위반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불법파견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법원이 불법파견 범죄자를 엄중히 처벌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