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 신세계' 갈치·고등어회를 식탁으로

[제주향토음식점 돌아보기] ⑥물항식당

[편집자주] 제주 들녘과 바다에서 나오는 다양한 청정 재료들을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단순한 조리법으로 맛을 살린 제주향토음식. '국민 여행지' 제주에서는 향토음식을 맛보는 것은 빼놓을 수 없다. 제주향토음식의 맥을 이어가는 제주도 지정 '제주향토음식점' 12곳을 소개한다.

갈치회와 고등어회를 대중의 식탁으로 올린 물항식당.수협 공판장과 인접해 있어 그날 가장 좋은 물건을 직접 구매해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뉴스1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사면이 바다인 제주에는 사시사철 싱싱한 '횟감'이 가득하다. 일찍이 생선회가 발달했다.

제주에는 독특한 음식문화가 있고, 먹거리도 많지만 '생선회'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돔, 전복, 소라, 성게, 해삼, 문어, 한치, 멍게 등은 제주의 대표적인 횟감들이다. 그런데 진짜 제주에서만 '제 맛'을 볼 수 있는 횟감이 있다. 바로 갈치회와 고등어회다.

수산물 배송기술이 발달한 지금이야 전국에서도 갈치회를 취급하는 식당을 찾아볼 수 있지만 과거에는 성질이 급해 잡자마자 죽는다는 갈치와 고등어를 회로 먹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거 선원들이 조업 중 배위에서 별미로만 먹을 수 있었던 '특권'인 갈치회와 고등어회를 대중의 식탁에 올린 곳이 바로 제주시 건입동 '물항식당'(대표 오복진)이다.

밤새 조업을 마친 갈치배들이 항구에 도착하면 공판장에서 경매가 이뤄지는데, 경매후 곧바로 손질해야 싱싱한 갈치회를 먹을 수 있다.

흰살 생선인 갈치회는 담백하고 깔끔한데, 여기에 식당에서 즉석으로 만들어주는 초간장 소스를 곁들이면 이 만한 맛이 또 없다.

물항식당의 갈치회는 갈치의 비닐을 벗겨낸 것이 특징이다. 노인이나 어린이들이 갈치회를 먹고 탈이 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갈치회 맛에 대해서는 딱히 정의하기 어렵다. 갈치회 맛은 갈치회에서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생선회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할 음식이다.

물항식당의 별미 갈치회(왼쪽)과 고등어회./뉴스1

고등어회도 별미 중 별미다. 제주는 공판장에서 식탁까지 고등어가 올라가는 시간이 짧아 비린 맛이 없는 고등어회를 즐길 수 있다. 갈치회보다 더 쫄깃하고 고소하다.

물항식당에서는 보통 고등어회나 갈치회에 구이나 조림을 주문하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갈치구이는 일품이다. 800g 이상의 굵은 갈치를 토막내 불에 직접 구워내 '불향'을 제대로 입혔다. 기름기 가득한 굵은 갈치는 1년에 딱 3개월만 잡히는데 1년치를 미리 확보해 손질해 놓는다.

물항식당이 매일 싱싱한 갈치회와 고등어회 등을 손님에게 내줄 수 있는데는 이유가 있다. 새벽마다 직접 공판장을 방문, 가장 신선하고 최고의 품질을 직접 구매하기 때문이다.

오복진 대표는 "식당을 운영하는데 비법이라고 할 만한게 크게 없다"며 "단지 수산물 공판장에서 그날 제일 좋은 물건을 구매하고,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조리하는 것이 영업비법이라면 비법이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