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탄소배출에 말 얹을 자격 없다" 동아프리카 송유관 건설 강행 예고

김혜리 기자 2022. 10. 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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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시간)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우간다 학생 협회 회원들이 “유럽연합(EU)은 우리 석유에 상관말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게티이미지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와 우간다가 신규 화력발전 투자가 기후 위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4조원대 송유관 건설 작업을 강행할 방침이다. 이들은 수백 년간 화석연료를 써온 유럽이 이제서야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것은 “자기중심적이고 모순적”이라며 아프리카도 경제발전을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입장이다.

24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탄자니아와 우간다는 몇 달 내로 대규모 송유관 건설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양국은 2020년 내륙국가인 우간다에서 원유를 채굴해 탄자니아 해안까지 나르는 1440km짜리 송유관 건설 협정에 서명했다. 해당 사업은 프랑스의 석유회사 토탈이 주도하고, 중국해양석유(CNOOC) 등도 파트너로 참여한다.

이후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환경단체들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선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을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같은 경고는 ‘경제발전’이란 문구에 밀려 무시됐다. 탄자니아 정부는 송유관 건설 과정에서 약 1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송유관이 지나는 지역의 경제발전도 꾀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나섰다. BBC에 따르면 2025년 석유 채굴이 시작되면 우간다는 해당 송유관으로 원유를 매일 적어도 23만배럴씩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통해 연간 세수의 30~75%인 15억~35억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탄자니아 역시 배럴당 최소 12달러를 받아 해마다 약 10억달러 규모의 수익을 거둘 전망이다.

양국은 송유관 건설로 인권 유린과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는 유럽연합(EU)의 경고도 묵살했다. EU 의회는 지난 9월 결의안에서 동아프리카 원유 수송관 사업에 대한 환경·사회적 영향 평가가 정확히 이뤄지지 않았으며, 채굴지가 자연보전지에 있어 생물 다양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수송관 건설에 반대한 인권운동가들이 체포되고 비정부기구(NGO)들이 직무 집행정지 명령을 받는 등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EU 의회가 “너무 천박하고, 너무 자기중심적이며, 너무 잘못됐다”며 분노했다. EU 회원국들을 비롯한 부국들은 수백 년간 화석연료를 마구 사용해왔는데 왜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 부양을 위해 화석연료를 써서는 안 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EU 회원국들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7%를 차지하는 데 비해 아프리카는 3%밖에 배출하지 않는다. 전체 에너지 소비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율이 차지하는 비중도 아프리카가 월등히 높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우간다와 탄자니아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각각 92%, 84%인 반면 EU는 22%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해당 사업이 결국엔 해외 투자자들과 자국 엘리트층의 배만 불릴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우간다는 국내 소비를 위해 자국에 정유소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곳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주로 수출용이며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 대란에 직면한 유럽으로 향할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우간다 주재 EU 대사관 앞에서 수송관 건설 반대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나부얀다 존 솔로몬은 해당 프로젝트가 우간다 자연환경을 파괴할 위험이 있고, 주민 수천명은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땅을 매각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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