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밀 직격탄 맞은 임실군 낙농가 "매일 짠 우유 버려야 할 판"
사업 종료를 예고한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 사태가 빠른 시일 안에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전북 임실군 소재 낙농가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실에서만 푸르밀과 직거래 중인 낙농가가 25곳에 이르고 하루 평균 생산량은 29톤에 달한다. 당장의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막대한 우유는 폐기되는 사태를 맞는다. 자치단체도 푸르밀의 사업이 종료되면서 대체할 수 있는 공급망 찾기에 나섰다. 공급 만료 시한, 즉 폐기가 이뤄지는 시점은 12월 30일부터다.
무너지는 푸르밀, 임실군에 직격탄
전북 임실군 신평면 푸르밀 전주공장에 납유하는 농가는 낙농진흥회 72농가, 직송 24농가다. 하루 약 97.5톤의 집유량을 계약했는데, 이 중에 임실군 소재 낙농가는 19곳, 29.2톤으로 비중이 가장 높다.
지난 1979년 공장이 만들어진 푸르밀 전주공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푸르밀이 11월 말을 끝으로 전 직원을 해고하고 사업 종료에 나서면서 피해는 임실군 소재 전주공장을 비롯해 대구공장으로 번지고 있다. 영업손실은 2020년 113억 원에서 2021년 123억 원으로 올랐다.
이러한 적자 구조에서 공장이 올스톱되면 종사자는 물론 연결 고리는 걷잡을 수 없게 불어나게 된다. 전주공장의 경우 158명(정규직 131명·협력업체 27명)을 비롯해 화물기사와 낙농가로 줄줄이 이어진다.
한국노총은 최근 성명을 내고 "대안도 없이 400여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게 만든 푸르밀의 결정은 비도적인 것을 넘어 패륜적"이라며 "한국노총은 이번 정리해고에 대해 법률적 대응과 함께 푸르밀 노조와 상급단체인 화학노련,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함께 적극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준호 전 푸르밀 회장과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 등 총수 일가의 경영 실패를 오롯이 직원들에게 전가한 것"이라며 "직원들에게는 임금삭감과 반납을 강요하고선 신준호 회장은 퇴직금을 30억 원이나 받아챙겼다"고 비판했다.
"납품 업체 찾지 못하면 폐기해야"
소 젖은 특성상 매일 짜야 한다. 젖을 짜지 않으면 소에게 영향을 준다. 원유 생산은 계속되어야 하지만, 푸르밀과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은 12월 30일까지다. 그사이 납품업체가 정해지지 않으면 그야말로 당일 폐기로 이어진다.
임실군 낙농육우협회 이상욱 회장은 "원유는 하루만 놔둬도 버려야 한다"면서 "버리는 것도 도랑이나 산에다 버릴 수가 없기에 폐기업체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푸르밀과 계약을 맺은 임실군 낙농가는 적게는 80마리에서 많게는 200마리까지 젖소를 보유하고 있다. 사룟값을 들여 소를 키워 하루 2번씩 젖을 짜고 바로 폐기물 업체로 이동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임실지역 낙농가에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앞으로 견딜 수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임실군 낙농육우협회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를 방문해 대표, 사장과 면담을 통해 대책 마련을 호소한다는 계획이다.
임실군 낙농육우협회 이상욱 회장은 "40여 년 동안 푸르밀과 계약해서 우유를 댔는데 사업 중단한다고 하니 당장 우유를 내버릴 수도 없는 일이고, 어디다 납품할 때도 없고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도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임실군 등도 다른 우유 가공 업체와 접촉하며 판로 개척에 힘을 모으고 있다. 전라북도 역시 '집단 위기근로자 선제 대응 프로그램'을 세우고 공장 폐쇄가 확실시 될 경우 행정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최대한도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계약농가의 경우 농식품부와의 협업을 통해 낙농업계의 쿼터 확보로 수요 창출을 모색하기로 했다.
임실군 관계자는 "상황이 여의치는 않지만 납품 업체를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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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남승현 기자 ns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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