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불청객 정전기..잘쓰면 전기에너지, 방심하면 대형사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과 이주혁 교수는 24일 "사람의 몸은 전자가 잘 쌓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금속 물질과 닿을때 순간적으로 쌓여있던 전자가 빠져나가면서 정전기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정전기는 한번에 최대 5000V의 전기가 흐른다. 찌릿한 경험을 넘어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고, 이 정전기를 모아 전기에너지로 사용하기도 한다.
■5000V의 정전기
그렇다면 정전기는 왜 생길까.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뤄져 있으며, 이 원자는 핵과 전자를 가지고 있다. 핵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전자들은 단순한 마찰만으로도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다. 이를 대전현상 또는 마찰전기 현상이라 한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 등은 전자를 쉽게 잃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우리 몸과 마찰되면서 몸으로 전자가 쌓이게 된다. 이처럼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전자가 쌓이는 것, 정지해 있는 전기를 정전기라 한다.
전자가 일정량 쌓이고 공기를 타고 방전될 수 있는 거리까지 도달하면 공간을 타고 전자들이 쏟아져 흐르면서 우리는 따끔한 느낌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흔히 정전기라고 하는데 이는 전기방전이라고 한다.
이때 2000~5000V의 엄청난 전압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따금할뿐 죽지는 않는다. 이유는 전압이 높아도 실제 전자가 이동하는 시간은 수천분의 1초에서 수만분의 1초로 짧고, 전자의 수, 즉 전류가 아주 작기 때문이다.
이 따끔한 정전기는 반도체나 전자제품 공장에서 불량품을 만들어내는 주범이기도 하다. 정전기를 방지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를 갖추기도 하고, 유선 접지 팔찌를 착용하거나 정전기 방지 매트를 설치하기도 한다.
국내 연구진들은 이 정전기를 방지하거나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마찰에서 얻어지는 전기를 모아 웨어러블 전자기기나 사물인터넷(IoT) 센서에 사용하기도 하고, 정전기를 방지하는 기술로 활용하기도 한다.
DGIST 이주혁 교수는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승완철 박사와 함께 마찰전기로 전기를 만드는 부품을 활용해 정전기를 방지하는 신발을 개발했다. 이 부품을 신발 밑창에 넣어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이 신발을 신고 몇걸음만 걸어도 정전기가 사라진다.
이주혁 교수는 "이는 기존 정전기 방지 설비 대비 매우 저렴하고, 작업에 불편함을 주지 않고 효율적으로 정전기를 방지할 수 있어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광주과학기술원(GIST) 에너지융합대학원 박찬호 교수와 전남대 고분자융합소재공학부 박종진 교수가 마찰전기를 전기에너지로 저장해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박찬호 교수는 "일상에서 무시되는 마찰전기를 전기로 수확해 웨어러블 기기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공성 탄소 물질을 3개 층으로 쌓아올려 전기를 잘 저장하도록 만든 것이다. 실제 연구진이 만든 발전기는 기존보다 약 40배 향상된 600V의 출력 전압을 나타냈다. 반면, 기존에 다공성 탄소를 사용하지 않은 마찰전기 발전기의 경우 15.2V의 출력 전압을 나타냈다.
정전기가 일어나서 사람이 죽을정도는 아니지만 이로인해 대형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정전기가 일어나면서 작은 불꽃이 생기는데 이 불꽃으로 가스라이터를 켤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5월 강원도 강릉의 한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공장의 수소탱크 및 버퍼탱크 내부로 혼합농도 이상으로 산소가 유입된 상태에서 정전기 불꽃 등이 점화원으로 작용해 폭발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또 지난 2019년 1월 멕시코 중부의 한 지역에서 송유관이 폭발해 140여명이 숨지거나 부상을 당했다. 당시 기름 도둑들이 석유를 훔쳐가기 위해 구멍을 뚫었던 송유관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사고 원인으로는 몰려든 주민들이 입고있던 합성섬유로 만든 옷에서 정전기가 튀어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사고로 기름을 담으려 모여든 700여명의 주민들 중 140여명이 숨지거나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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