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평화회담 한다면 시점과 조건은 우크라가 정해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와 평화회담을 한다면 그 시점과 조건은 우크라이나가 정하는 것”이라고 23일(현지시간) 말했다.
AP통신·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로마에서 열린 ‘평화의 외침’ 개막 연설에서 “지금 평화를 말하고 평화를 요구하는 건 자유를 위해 싸우는 이들에게는 배신처럼 비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평화회담) 시점을 정할 때 국제사회가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립을 지킨다는 건 가장 강한 자의 질서를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나는 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것이 “가장 강한 자의 법을 축성(신에게 바쳐 거룩하게 하는 일)하는 일이 돼서는 안된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대륙에서도 민족주의가 대두되며 일부 국가에서 극우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는 올겨울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을 앞둔 유럽이 기존의 우크라이나 지원 노선에서 이탈할 것을 우려한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을 두고는 “과장된 민족주의의 소산”이라며 “러시아는 ‘서구가 러시아를 파괴하려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종교 지도자들에게 “전쟁의 어리석음에 저항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러시아 정교가 권력자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떻게 조종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행사엔 러시아 정교회 2인자로 대외관계를 총괄하는 안토니 대주교가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회의장 첫 줄에 배석했다. 이 발언은 러시아 정교회 수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지지를 보낸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연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신임 총리와 비공식 회담을 했다. 예정된 회담은 아니었으나 마크롱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 차 바티칸시티를 방문하면서 만남이 성사됐다. AFP통신은 이날이 멜로니 총리의 첫 공식 업무일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21일 공식 지명됐고 이튿날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아 취임 선서를 마쳤다.
양측에 따르면 두 정상은 1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이탈리아 총리실은 성명을 내 “유럽 에너지 위기에 대한 공동대응부터 우크라이나 지원, 경제위기, 이민정책까지 현안을 논의했다. 분위기는 매우 우호적이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담 이후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며 “유럽인들로서, 이웃 나라들로서, 우호 국민으로서, 우리는 시작한 모든 일을 이탈리아와 함께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이 연설한 이번 행사는 가톨릭 평신도 사회봉사 공동체인 ‘산테지디오’가 평화를 위한 종교·문화간 대화 차원에서 개최한 국제 행사다. 폐막일인 25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콜로세움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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