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북정책 비판 확산..핵군축 협상부터 '北 정권교체' 주장까지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2. 10. 24. 14:11
북한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3연임이 확정되자마자 도발을 재개하면서 7차 핵실험 같은 고강도 도발에 곧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 대북(對北)정책 수정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 비핵화’ 실패를 인정하고 핵 군축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일부 대북 강경파는 북한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백가쟁명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 시간) ‘서방의 실패: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는 칼럼에서 “아프가니스탄부터 중국까지 불운한(ill-fated) 정책을 포기해온 바이든 행정부가 다음으로 포기해야 할 정책은 북한 비핵화”라고 주장했다. 칼럼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 수십 년 세월이 실패로 돌아갔다”며 “미국과 동맹국은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북핵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전면적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우발적 충돌 위험을 줄이는 첫 단계”라고 주장했다. 대북 억지력 강화와 경제 제재로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끌어내겠다는 바이든 행정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북한과 군축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칼럼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는 ‘실패작(bust)‘이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관대한 것”이라며 “미국은 경제 제재로 보여준 것이 없으며 북한은 수십 개 핵무기와 괌 미군기지는 물론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정권 교체 등 매우 위험한 정책 없이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협상을 택했지만, 북한은 이를 핵과 미사일 진전을 감추는 데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속임수 협상과 위협이라는 사이클을 반복하며 핵을 완성할 수 있도록 미국과 한국의 주의를 교란하는 데 성공했다”며 “건강 문제만 피하면 이제 시간은 그(김정은)의 편”이라고 주장했다.
칼럼은 북한과의 군축 협상과 관련해 “상당히 위험하다”며 “북한 입장을 암묵적으로 수용하면 또 다른 (핵) 확산 양상이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이미 핵무기 보유에 찬성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핵 군축 협상에 나선다면 한국 일본의 핵 재무장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칼럼은 “비현실적이 된, 실패한 정책을 끈질기게 추구하는 것은 아무런 진전 없이 우발적 대립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과 함께 미국에선 북한 비핵화 회의론이 커지면서 핵 군축 협상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미 싱크탱크 외교협회(CRF) 리처드 하스 회장은 19일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남겨 둬야 하지만 한미일은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 핵과 미사일을 축소하는 군축 제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외교를 통해서는 절대로 북핵 문제를 끝낼 수 없다”며 “북한 정권 교체가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 정부 내부에서 북한 정권 교체에 대한 비공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정권 교체 논의가 분명히 있었다”며 “나도 일부 논의에 직접 참여했다”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각각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과거 북한의 정권교체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은 북한이나 다른 불량국가에 의해 절대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한국 일본 등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 핵 시설을 파괴해야 한다면 그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핵무장론에 대해선 “한국이나 일본의 자체 핵무장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동맹 곁을 지키겠다고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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