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NLL 침범'에 방사포 사격까지.. '일촉즉발' 상황 벌어져
軍 '경고통신·사격'으로 대응.. KF-16·해병대도 '대기'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 선박 1척이 24일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우리 관할 수역으로 남하했다가 우리 해군의 경고사격을 받은 뒤 북쪽으로 돌아갔다.
우리 군은 이 과정에서 KF-16 전투기와 해병대 전력 등을 동원해 우발 상황에 대비했고, 북한군은 해당 선박이 북상한 뒤 서해 NLL 북쪽 해상완충구역을 향해 10발의 방사포(다연장로켓포) 사격을 실시하는 등 재차 '9·19남북군사합의'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42분쯤 서해 백령도 서북방 약 27㎞ 지점 해상에서 북한 상선 1척(무포호·5000톤급)이 NLL을 넘어 우리 관할 수역으로 내려왔다.
이에 호위함 등 우리 해군함 수 척이 현장으로 출동해 1·2차 등 총 20여차례에 걸쳐 경고통신을 하며 퇴각을 요구했지만, '무포호'에선 오히려 우리 측을 향해 '북한 해역에 접근하지 말라'는 취지의 '부당통신'을 했다.
'부당통신'이란 우리 군 함정이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 경비계선'에 진입하거나 접근할 때 북한 측이 일방적으로 발신하는 유무선 통신을 말한다.
북한은 1999년 6월 제1차 연평해전을 일으킨 이후 같은 해 9월 NLL 이남에 '서해 경비계선'을 일방적으로 설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백령도·연평도 등 서해 5도 해역 대부분이 북한 관할에 포함되기 때문에 우리 군 당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 군 관계자는 북한 선박의 이날 NLL 침범에 따른 우리 군의 대응에 관해 "절차에 따라 정상적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군은 경고통신 이후에도 무포호가 계속 남하함에 따라 그 진행 방향 앞쪽으로 M60 기관총을 1·2차에 걸쳐 총 20발을 쏘는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그러자 무포호는 NLL 침범 약 40분 만인 이날 오전 4시20분쯤 북쪽으로 방향으로 바꿔 NLL 이북으로 넘어간 뒤 서쪽으로 향했으며, 이후 "NLL 서단을 벗어난 것을 확인했다"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이 과정에서 무포호는 NLL 이남 약 3.3㎞까지 넘어왔고, 이에 우리 공군 KF-16 전투기 등 초계전력과 인근 도서에 주둔 중인 해병대 전력 등도 대비태세를 갖추고 상황을 주시했다고 한다.
또 우리 해군 함정의 경우 무포호와 1㎞ 거리까지 근접하기도 했으나, "우리 수역 내에서 대응이 이뤄져 NLL을 넘진 않았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리 해군함 접근 당시 무포호 갑판에서 북한 선원들의 특이활동이 식별되진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군은 무포호가 NLL 이북으로 돌아간 뒤 약 1시간이 지난 이날 오전 5시14분쯤부터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을 향해 방사포 10발을 쐈다.
'해상 완충구역'은 지난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 당시 남북한이 우발적 충돌이나 긴장 고조 상황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해안포문을 폐쇄하고, 해상훈련과 해안포 등 중화기 사격 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곳이다. 따라서 북한의 이날 방사포 사격은 '9·19합의' 위반이다.
그러나 북한군이 이날 쏜 방사포탄 가운데 우리 영해에 떨어진 건 없었고, 이에 우리 군도 별도의 군사적 대응조치는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NLL을 침범한 북한 상선에 대한 우리 군의 정상적 작전 조치에 북한이 방사포 사격을 실시한 건 명백한 '9.19군사합의' 위반이자 도발"이라며 "북한의 계속된 도발과 적반하장의 억지 주장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 평화·안정을 해치는 행위로서 즉각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NLL을 침범한 벌크선 외형의 북한 상선 '무포호'는 지난 1991년 스커드 미사일을 적재하고 시리아로 향했던 무기 수송선과 이름이 같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이 선박이 상선이 아닌 다른 목적의 '위장선'인지 여부에 대해선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현재 북한군 동향을 주시하면서 이번 NLL 침범의 배경·의도 등에 대한 분석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이날 방사포 사격 직후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 발표에서 "최근 지상전선에서의 포사격 도발과 '확성기 도발'에 이어 해상침범 도발까지 감행하고 있는 적들에게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우리가 '확성기' 장비를 운용한 게 없다"고 일축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중부전선 지역에 헬기를 투입하면서 감시초소(GP) 내 대북 경고 장비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린 적이 있으나, 이는 북한이 문제시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는 성격이 다르다.
남북한은 2018년 '4·27판문점선언'을 통해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한다"고 합의했다. 북한은 이후 우리 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2020년 6월 대남 확성기 방송시설을 재설치했다가 다시 철거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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