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의 시론>'이재명 대통령' 안 됐기에 천만다행

2022. 10. 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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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취임 5개월 대통령 퇴진 요구

민주당 의원들 참여 점차 확대

이재명 사법 리스크 방탄 목적

개인 비리를 黨의 문제로 키워

李, 기본소득·친일국방 선동

경제·국가안보 이해 수준 낮아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의 판을 야권이 계속 키우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분신이자 벗이라고 표현한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잇달아 구속 수감된 22일 서울 남대문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엔 민주당 김용민·안민석·황운하 의원, 무소속 민형배 의원도 참석했다. 출범 5개월밖에 안 된 정권의 퇴진을 주장하는 데 부담을 느껴 ‘간을 보던’ 민주당 의원들이 참여를 확대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개별 의원들의 이런 움직임을 제지하지 않거나, 사실상 동조하고 나아가 선동에 나선다면, 그것은 단순히 윤 대통령과 새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넘어 지난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로 표출된 국민 선택에 대한 전면 부정을 의미한다.

개별 범죄 혐의가 뚜렷한 사건 수사에 대한 불만에서 그런 행태를 보인다면 더욱 심각하다. 지난 8일 청계천에서 열린 집회에도 참석해 “윤 대통령이 5년을 못 채우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연설했던 김 의원은 지난 주말엔 “무도한 정부와 검찰 독재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김용 등의 구속 관련해 서면 브리핑을 내고 “조작 정권과의 법정 대결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뭘 조작했다는 건지 구체적인 근거도 대지 않고, 최소한의 논리적 정합성도 없이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따른 구속을 맹비난하는 것은, 그만큼 ‘똥줄’이 탄다는 방증이다. 오죽했으면 ‘문재인 코드’ 법원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법원에서 큰 정치적 파장이 예상됨에도 영장이 발부됐겠나.

이재명 발(發) 사법 리스크에 따른 여야 대치, 정국 경색은 대선 패배 직후에 상식에 안 맞게 보궐선거에 나와 국회의원이 되고 곧이어 야당 대표가 될 때 충분히 예견됐었다. 이 대표 측근의 구속이 ‘야당 탄압’ ‘정치 보복’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멀쩡한 사람이 야당 대표가 되자 검찰 수사가 들어간 게 아니다.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수사를 받던 다수 사건의 피의자를 민주당 의원들과 당원, 개딸 등 열혈 지지자들이 당 대표로 옹립한 게 문제의 본질이다. 여러 대형 범죄의 피의자라도 야당 대표가 되면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이재명 개인 비리 혐의를 당의 사활적 문제로 만들고 키운 건 민주당 자신이다.

민주당 성향 무소속, 정의당 등을 합쳐 야당 국회의원이 200명 가까이 되는 절대 의석이라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행정부와 의회의 심각한 충돌과 식물 정권이 예상돼 차라리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는 게 정국 안정을 위해 낫지 않을까 잠깐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최근 그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친일 국방’ 발언을 보면서 ‘이재명 대통령’ 안 됐기 천만다행이다 싶다. 국민연금·건강보험 재정이 흔들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기(旣) 포퓰리즘 정책으로 재정적자가 엄청난데도 여전히 기본소득 타령을 했다. 이 와중에 ‘모든 노인에 기초연금 40만 원 지급’ 같은 선심성 공약을 아무런 예산 고민도 없이 마구 던졌다.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할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연이은 와중에 이뤄진 한미일 연합 해상훈련에 대해 이 대표가 “극단적 친일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침투” 운운하는 수준 이하의 선동을 했다. 한미일 연합훈련은 이전 정부에서도 있었고, 이번 훈련도 문재인 정부 때 세 나라 국방장관 간에 합의된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이 발등의 불인 상황에서 일본과의 협력은 필수 불가결하다. 국민 일각의 반일 감정을 설득해야 할 유력 정치 지도자가 외려 듣도 보도 못한 ‘친일 국방’이라는 용어를 동원해 불을 지르면서, 1980년대 주체사상파 학생운동권 같은 소리를 한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던 이 대표는 이번엔 “한미동맹과 우리 자체 군사력으로 충분히 방위 안보를 지킬 수 있다”며 이중적이면서 한가한 소리를 했다.

표(票)만 된다면 나라의 안위가 우려되는 주장도 쉽게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어쩔 뻔했나 싶어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런데 다시 대통령에 도전하려 한다. 개딸 같은 소수이지만 강력한 지지세력도 여전하다. 그러나 이 대표만큼 대통령이 돼선 안 될 이유가 많은 정치인도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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