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떨어진 엔·달러 환율..일본 정부 다시 개입했나

김서영 기자 2022. 10. 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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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149엔대 후반까지 상승한 뒤 갑자기 145엔으로
환율 방어 나선 정황..일 재무상은 "코멘트하지 않겠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 보관 중인 엔화. 연합뉴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을 넘어선 이후 다시 떨어지면서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24일 오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9엔대 후반까지 상승한 뒤 갑자기 145엔으로 떨어졌다. 지난주 달러당 147.79엔으로 거래를 마쳤다가 이날 오전 2엔 가까이 오른 뒤 다시 4엔가량 하락한 것이다.

지난 21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1엔대 후반대까지 치솟았다. 전날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150엔선을 넘어서면서 환율이 상승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21일 오후 11시30분이 넘어 갑자기 엔화가 강세를 보였고, 엔·달러 환율이 7엔 정도 급락해 달러당 144엔대 중반까지 내려갔다.

지난주에 이어 24일까지 엔·달러 환율이 상승 뒤 급락하는 흐름이 반복되자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개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입 여부를 밝히지 않으면서 개입하는 이른 바 ‘복면개입’이다.

지난 22일 일본 언론은 정부가 달러를 팔고 엔화를 매입하는 식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지난달 22일에도 달러당 145.90엔까지 오르자 약 24년 만에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외환 개입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무역업자들의 추정치를 인용해 일본이 지난주 엔화 방어에 300억달러 이상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9월 개입 당시 188억달러를 크게 웃돈다.

일본 정부는 개입 여부에 대해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24일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했느냐는 질문에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다만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일본이 투기꾼들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외환시장의 과도한 움직임을 관용할 수 없다. 시장을 매우 면밀하고 시급하게 관찰하고 필요할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일에도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처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며 “투기적 움직임으로 인한 과도한 변동성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외환시장은 이달 27~28일 진행되는 일본은행 회의를 주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만약 일본 정부가 개입한다 하더라도 환율에 미치는 효과는 단기적일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의 가장 큰 구조적 요인인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도 다시 튀어오르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22일 엔화 매입에 나섰을 때도 일시적으로 140엔대 초반으로 하락했을 뿐 다시 10엔 가까이 올랐다. 지난 21일 이후 144엔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주말 사이 149엔까지 상승했다. 24일 오전 11시 현재 엔·달러 환율은 148엔 후반대에 형성돼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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