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상선 서해 NLL 침범..軍, 기관총 20발·北 방사포 10발 사격(종합2보)
기사내용 요약
북 상선 남침 후 서북 방향으로 퇴거
이후 방사포 10발 등 도발…9·19 합의 위반
"백령도 포격과 같이 안 되도록 철저 대비해야"
[서울=뉴시스] 하종민 김지은 기자 = 중국의 공산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북한의 도발이 다시 시작됐다.
이번에는 상선으로 보이는 북한의 배 1척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약 3.3㎞ 지점까지 남하했다. 이어 우리 군의 정상적인 대응에 대해 방사포 사격을 실시하는 등 도발을 감행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4일 오전 3시42분께 서해 백령도 서북방 약 27㎞ 지점에서 북한 상선 무포호가 NLL을 침범해 남하했다고 밝혔다.
무포호는 북측 해역에서 NLL 남쪽 방향으로 항해했으며, 백령도 서북방 약 27㎞ 지점에서 NLL을 침범했다. 이후 무포호는 NLL 기준 최대 3.3㎞ 지점까지 남하했다.
우리 군은 NLL 침범 이전 무포호에 대해 국제상선무선통신망으로 1차 경고통신을 실시했고, NLL 침범 후 2차 경고통신을 했다. 그럼에도 무포호가 변침(항해 중인 선박에서 침로를 변경하는 행위)하지 않자 선박의 진행 방향으로 1차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경고사격 이후에도 무포호는 계속해서 남하했고, 우리 군은 2차 경고사격 끝에 오전 4시20분경 무포호를 서북 방면으로 퇴거 조치했다.
군 관계자는 "경고통신을 총 20여 회 실시했다"며 "경고사격은 M60 기관총을 통해 1차 10발, 2차 10발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NLL을 침범한 무포호는 5000톤급의 배로, 외관으로 볼 때 상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과거 스커드 미사일과 발사대를 적재한 무기 수송선으로도 활용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위장선 등의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 의도나 배경에 대한 분석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우리 군의 정상적인 대응 활동에 대해 부당통신을 통해 대응했다. 부당통신은 우리 함정이 NLL 등 북한 인접지역에 근접했을 때 북한군이 하는 경고방송으로, 통상 '해협에 접근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북한의 부당통신은 자신들이 임의로 설정한 해상군사분계선(NLL 이남 수 ㎞)을 기준으로 실시한 것으로 보이며,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 북한은 오전 5시14분경부터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 NLL 북방해상완충구역 내에 방사포 10발을 사격했다.
함참은 "NLL을 침범한 북한 상선에 대한 우리 군의 정상적인 작전조치에 대해 북한군이 방사포 사격을 실시한 것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자 도발"이라며 "이러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적반하장식 주장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로 즉각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 상선이 NLL을 침범한 것은 지난 2017년 1월 이후 약 5년9개월 만이다. 올해 3월에는 남하하던 선박을 쫓던 북한 경비정이 백령도 인근 NLL을 넘어와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11월에는 북한 민간 선박이 NLL을 넘어 우리 측 소청도 아래까지 남하했다. 다만 해당 선박은 기관 고장과 기상 상황 악화로 인한 월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오늘 새벽 3시 50분경 남측 해군 2함대 소속 호위함이 불명 선박 단속을 구실로 백령도 서북쪽 20㎞ 해상에서 아군 해상군사분계선을 2.5∼5㎞ 침범해 '경고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부전선해안방어부대들에 감시 및 대응태세를 철저히 갖출데 대한 지시를 하달하고 5시15분 해상적정 발생수역 부근에서 10발의 방사포탄을 발사해 적함선을 강력히 구축하기 위한 초기대응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에 지상전선에서의 포사격 도발과 확성기 도발에 이어 해상침범 도발까지 감행하고 있는 적들에게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북한 총참모부가 지칭한 지상전선 포사격은 한미가 함께 진행한 다중발사 로켓시스템(MLRS) 사격 훈련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훈련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군사분계선(MDL) 5㎞보다 훨씬 더 이남에서 진행됐다. 아울러 군사합의와 전혀 무관한 남쪽 방향으로 훈련이 진행됐다. 사격 훈련 역시 미국 측만 연습탄으로 실시했다.
아울러 확성기 도발은 민통선 내 헬기 접근을 사전 안내한 방송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헬기는 민통선 내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접근했으며, 사전 안내방송 역시 이전에도 실시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산불이 났을 경우, 응급환자 수송용 헬기 등이 들어갈 때 통보해주는 경우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통보한다"며 "9·19 군사합의에서도 산불진화헬기나 응급헬기는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북한 상선의 NLL 침범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3연임'이 확정된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가 끝난 직후 이뤄진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 16~22일 열린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와 다음날 열린 당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를 통해 자신의 당 총서기 '3연임'을 확정짓고, 최고 지도부인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도 측근 중심으로 새로 구성했다.
이 기간 도발 수위를 조절한 북한이 다시 무력도발을 본격적으로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군의 사전 승인 없이 북한 상선이 새벽 3시42분경에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태는 서해 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북한이 의도적으로 기획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미러 관계가 최악의 상태이고, 미중 전략경쟁 심화로 북한 문제에 대한 미중의 협력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북한은 현시점이 NLL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군은 서해에서 새로운 교전이 발생하고 그것이 이번에는 북한군의 백령도 포격과 같은 최악의 사태로 연결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hahaha@newsis.com, kje1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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