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그너 용병 대거 참전 바흐무트..우크라-러 병력 모두 떼죽음

강영진 2022. 10. 2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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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프리고진 전략적 이유 무시하고 힘 과시하려
총알받이 용병 대거 투입…우크라군 중대 전멸

[바흐무트=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의 T-64 전차가 러시아 진영을 향해 발포하고 있다. 2022.10.03.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치열한 교전을 벌이면서 양국 군대가 모두 떼죽음을 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른 지역에서 신속하게 진격한 우크라이나군이 유독 도네츠크 지역 바흐무트의 전선은 4개월 동안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면서 전선이 교착돼 있다. 루한스크 지역 경계에서 약 15km가량 떨어진 곳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주 모든 전선 가운데 바흐무트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 와그너 용병그룹 설립자 예프게니 프리고진이 무리하게 버티고 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군이 인근 이지움에서 퇴각한 이래 바흐무트의 전투는 마구잡이로 진행중이다. 프리고진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정규군이 다른 곳에서 물러나는 것과 달리 용병을 대거 투입해 바흐무트를 사수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꾀하는 것처럼 보인다.

병력과 장비가 부족한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입대한 민간 드론 전문가가 폐허 건물에서 만든 민간 드론으로 적 진지를 정찰하면서 기민하게 공격하고 있다. 93연대의 드론 제작 책임자 블라드는 "솔직히 다른 수가 없다. 러시아군이 병력과 총 모든 게 많다. 우린 똑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금광산 도시인 바흐무트는 전쟁 전 인구가 7만명이었으나 현재는 1만5000명가량만 남아 있다. 몇 주 동안 전투가 계속되면서 거리는 완전히 인적이 끊겼다. 밀밭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도로에는 로켓을 탑재한 군차량만 빠르게 달린다.

93연대 사령부에서는 드론 조종사가 드론이 보내오는 러시아군 진지 영상을 살펴보고 있었다. 군인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박격포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드론을 날렸다. 드론 조종사 의자에는 "국장"이라고 휘갈겨 쓴 글씨가 있었다. 태블릿 화면을 살펴보던 그가 몇 초 뒤 고개를 끄덕이자 일제히 환성이 터졌다. 표적이 파괴된 것을 확인한 것이다.

25살의 지휘관인 디마는 이날이 최악이라고 말했다. 전날 밤 이들 진지를 러시아군이 박격포와 집속탄으로 공격했다는 것이다. 디마는 "포격을 한 두 번 당한 건 아니지만 이번 건 달랐다"고 했다. 지난 19일 하루 종일 전투가 계속됐다.

전날 밤 로켓 공격으로 집이 파괴된 51살의 기술자 올렉산데르는 얼굴에 핏자국이 말라붙어 있었다. 씻을 물이 없다고 했다. 그는 옆집의 젊은 부부와 딸을 함께 지내면 더 안전할 것이라며 자신의 아파트로 오도록 했는데 부모는 지금 중환자실에 있고 9살짜리 딸은 홀로 다른 도시로 갔다고 했다.

미 전쟁연구소(ISW)는 최근 이지움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이지움을 러시아군이 빼앗긴 마당에 프리고진이 바흐무트를 공격하는 건 "군사적으로 앞 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군의 형편없는 전과를 크게 비판해왔다. 전문가들은 그가 정부와 계약을 더 많이 따내거나 정부 고위직 임명을 기대한다고 보고 있다.

와그너 용병그룹은 지난 5월 포스파나를 점령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지만 큰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은 다음 달 러시아 최고 영예인 러시아 영웅 메달을 받았다. 그는 최근 자청한 인터뷰에서 와그너 그룹 단독으로 바흐무트를 공격하고 있지만 상황이 어렵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으로선 바흐무트 탈환은 상징성이 큰 승리였다. 푸틴이 전쟁에서 계속 패배하고 있음을 널리 알리는 효과가 컸다.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를 장악하면 대도시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비얀스크 등에 더 접근하는 셈이지만 러시아군이 그럴 능력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바흐무트 전역에서 와그너 그룹 군대는 총알받이라고 우크라이나군이 말한다. 자주포 부대 지휘관 볼로디미르(24)는 "군인들을 1회용으로 쓰고 있다"고 했다. 다른 병사가 "그들에게 포격을 가하는데도 전진하도록 압박한다. 우리를 찾아내 포격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93연대 드론 조종사들은 용병들이 아군 시신을 뛰어넘어 전진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바흐무트 인근 와그너 용병 전선을 취재한 러시아 기자는 프리고진의 아들이 이곳에서 전투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른 병사가 "바흐무트는 여러 곳으로 이어지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우리 부대는 피해가 아무리 커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군 93연대 병사 미샤(25)은 러시아군이 "병사를 사람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많이 죽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의 피해도 크다. 지난주 우크라이나군 전선 지역을 앰뷸런스가 수시로 오갔다. 중대가 러시아군에 포위돼 전멸한 적도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민간인 피해도 크다. 의사가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부상자들은 걸을 수만 있으면 제 손으로 파편을 빼내는 상황이다.

바흐무트카 강변에 서 있던 비탈리 쿠브미엔코(52)가 상판이 날아간 다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다리에 대전차 지뢰를 설치했는데 아직 터지지 않았다면서 포격으로 지뢰가 터지면 인근 집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족이 포격으로 숨져 묻었다면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술냄새가 나는 쿠즈미엔코는 두려움을 잊고 잠을 청하기 위해 매일 술을 마신다고 했다. 로켓 4발이 강변에 떨어졌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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