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의 그리움,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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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인생이었으나 그림만큼은 따뜻하고 아름답다. 한국의 서양화가로 이름을 알린 화가 이중섭의 작품이 그렇다. 이중섭을 대표하는 연작 ‘소’에선 거친 그림체가 돋보이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그림은 전혀 다르다. 마치 한 편의 그림 동화를 보는 것 같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은 지난해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이중섭의 작품 가운데 80여 점을 선별하고 여기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0점의 작품을 더해 총 90여 점으로 구성됐다. 40여 년의 짧은 인생에서 이중섭이 가장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던 1940~1950년대 작품이 주를 이룬다. 이중섭의 세계관을 담은 작품은 물론 인간 이중섭의 생애를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전시장 입구에선 관람객들의 감상 평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보고 느낀 감정과 이중섭의 정서에 대한 감상 등 다양한 해석이 줄을 잇는다. 그림을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감상을 더해볼 수 있도록 마련된 섹션이다.
전시를 관통하는 정서는 가족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이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로 피란 생활을 했던 이중섭과 그의 가족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다. 결국 이중섭은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낸다. 그때부터였다. 이중섭은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한국 이름 이남덕)와 두 아들에게 엽서화와 편지화를 보냈다. 사랑과 가족을 소재로 한 그림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작은 종이에 펜으로 밑그림을 그린 뒤 색을 입힌 엽서화에는 자연, 꽃, 풀, 아이의 그림이 자주 등장한다. 이중섭의 엽서화가 세상에 공개된 건 그의 아내 덕분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엽서화 가운데 36점도 아내가 고이 보관하고 있던 엽서화엔 알려졌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작품은 편지화 ‘부인에게 보낸 편지’다. 많은 관람객이 이 그림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아내를 향한 애정이 담긴 글과 네 식구가 함께 껴안고 있는 그림, 아내와 두 아들의 그림을 그리는 이중섭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그림이 그려진 작품이다. 이중섭의 순수한 마음이 돋보인다.
이중섭이 담뱃갑 속 은종이에 그린 그림인 은지화에는 희망이 묻어난다. 전쟁으로 인해 그림 재료를 쉽게 얻지 못하는 상황과 생활고가 맞물리는 환경 속에서도 이중섭은 꿋꿋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손바닥 크기의 종이에 동심 속 아이들과 물고기, 게 등 자연을 소재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은 2023년 4월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다.
에디터 : 김연주 | 사진 : MMCA·각 전시 주최 측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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