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이란이다. 마흐사 아미니다"..베를린 10만명 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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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독일 수도 베를린 도심에 10만명에 육박하는 인파가 모여들었다.
22살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이 촉발한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그동안 베를린에서 아미니의 죽음을 애도하고 이란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는 있었지만 8만명 넘는 대규모 인파가 모인 것은 처음이다.
시위대는 큰 소리로 아미니의 이름을 부르고 "국제적 연대", "하메네이(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죽음을!" 등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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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히잡 시위’]
22일 오후, 독일 수도 베를린 도심에 10만명에 육박하는 인파가 모여들었다. 22살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이 촉발한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아미니는 지난 9월13일 테헤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붙잡힌 뒤 사흘 만에 목숨을 잃었다.
모처럼 해가 난 토요일 오후 3시. 베를린에 사는 토마스(40), 마리(37) 부부도 ‘여성의 삶과 자유를 위한 집단행동’(Woman Life Freedom Collective) 집회 시간에 맞춰 베를린 전승기념탑 앞에 도착했다. 얼마 전 태어난 두 딸도 유모차에 나란히 태웠다. “이런 집회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에요. 원래 정치적 활동에 잘 참여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우리한테 두 딸이 생겼잖아요. 마음이 바뀌었어요.” 토마스는 “이란에서 잘못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두 딸을 위해서라도 인권, 그리고 여성의 권리를 위해 일어나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미니가 숨진 뒤, 이란 전역에서는 이슬람 율법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시민들을 억압하는 에브라힘 라이시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날 시위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 국제사회가 연대를 표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그동안 베를린에서 아미니의 죽음을 애도하고 이란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는 있었지만 8만명 넘는 대규모 인파가 모인 것은 처음이다.
이날 집회에는 애초 5만명이 모여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참가자는 2배 가까이 많았다. 베를린 경찰 당국은 이날 약 8만명, 현지 일부 언론은 10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베를린 말고도 다른 독일 지역이나 유럽 각국에서도 온 이들도 많았다. 남녀노소를 구분할 것 없이 다양한 이들이 몰렸다. 유모차를 끌거나 휠체어를 굴리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시위대는 큰 소리로 아미니의 이름을 부르고 “국제적 연대”, “하메네이(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죽음을!”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는 베를린 전승기념탑에서 출발해 티어가르텐 공원 인근 도로를 돌아 다시 전승기념탑으로 돌아오는 4㎞ 코스로 구성됐다.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저마다 만들어 온 깃발, 펼침막, 손팻말을 흔들었다. “이란에 자유를”, “이란인의 목소리가 되자”, “이란의 거리에 가득한 피. 세계여, 일어나라” 등 시위대의 메시지는 분명했고 날카로웠다.
이날 집회에 이란 국기를 들고나온 한 여성은 인터뷰를 마친 뒤 이름을 묻자 “내 이름은 이란이다. 마흐사 아미니다”라며 “우리는 이란과 이란에 있는 모든 사람의 자유를 원한다. 현 정권은 더는 이란인들을 대표하지 않는다.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 여성은 이란에서 태어난 뒤 독일로 넘어와 40년 동안 살았다. 현재는 함부르크에서 남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현 정권은 수십 년 동안 우리 시민들을 죽였습니다. 젊은이들, 학생들,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어요.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이란의 목소리가 되어주세요.”
행진하는 시위대 가운데서는 무지개 깃발도 펄럭였다. 퀴어(성 소수자) 활동 단체와 개인들도 많이 참여했다. 이란에서 태어난 뒤 세 살 때부터 베를린에 사는 나스(41)는 자신을 “퀴어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몸에는 아기 띠를 두르고 한 살배기 아기, 파트너와 함께 거리에 나왔다. “내 나라가 퀴어인 시민들에게 자유를 주길 원합니다. 이번에 처음 페미니스트 혁명이 일어나고 있어요. 계속될 것이고, 머지않아 변화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베를린/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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