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가 달라졌다..같이 하며 '가치' 더하기

박준하 2022. 10. 24.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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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달리자]
낯선 이와 더불어 쓰레기도 주우며
언제 어디서든 달려요 
 

최혜인씨(맨앞 오른쪽)가 러닝 크루와 함께 힘차게 달리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최혜인씨 @run._.hyein


우리가 아는 달리기는 ‘자기만의 싸움’을 하는 고독한 스포츠였다. 달리기 하면 ‘인간 승리’ 상징이자 메달리스트인 마라토너 황영조·이봉주 선수가 먼저 떠오른다. 요즘 달리기는 조금 다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달리기가 MZ세대(1980∼2000년대 태어난 세대) 사이에서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면서 혼자 달리기보단 같이, 트랙을 달리는 것보단 다양한 스포츠나 봉사활동에 접목해 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혼자 달릴 때도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전자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요즘 달리기 트렌드를 한눈에 알아본다.

●함께 뛰어요 ‘러닝 크루’=‘러닝 크루(Running crew·달리기 동호회)’ 붐은 코로나19 이후 뚜렷하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기면서 헬스장 등 실내 운동시설 이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러닝·등산같이 야외에서 맨손으로 할 수 있는 운동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혼자 달리면 지루하잖아요. 달리다가 금세 지쳐서 그만뒀거든요. 러닝 크루랑 함께 뛰면 힘든 줄 모르고 목표했던 거리보다 많이 뛰기도 해요. 이곳에서 새로운 친구들도 만났고요.”

러닝 크루를 1년반째 운영 중인 이영진씨(35)는 거의 매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인근에서 한강까지 동호회원 7∼8명과 함께 뛴다. 특정 장소에 모여 동시에 몸을 풀고 정해진 코스를 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들은 온라인이나 지역 커뮤니티에서 주로 만남을 가진다. 동호회원 대다수가 20∼40대 직장인이라서 아침보다 저녁에 뛰는 걸 선호한다. 이를 ‘나이트런(Night run)’이라고 부른다. 밤에 이태원이나 한강을 가보면 야광팔찌 등을 끼고 힘차게 달리는 젊은 러닝 크루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예전 같았으면 트랙이나 공원을 뛰는 게 전부였다면 궁궐·유적지 주변, 바닷가, 번화가가 무대가 된다. 달리기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스포츠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인천 강화군 화도면 동막해변에서 러닝을 즐긴 신문희씨(26)는 “해변을 달리면 도시에서 달릴 때와는 다른 바다 냄새, 주변 풍경에 더욱 즐겁다”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뛰면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정은씨(오른쪽)가 경기 수원화성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달리는 플로깅을 하고 있다. 사진=안정은씨 @totoolike


●요가·등산, 봉사활동과 결합=단순히 뛰기만 하면 재미없다. 달리기와 다른 운동, 봉사활동을 함께하며 컬래버레이션(협력)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달리기+운동 하면 ‘철인 3종 경기’가 전부가 아니다. 요즘은 등산과 요가같이 다른 운동과 결합한 달리기가 유행이다. 러닝을 취미로 하는 공연기획자 최혜인씨(25)는 올해부터 요가와 달리기를 더한 프로그램 ‘요런(Run)시간’을 운영 중이다. 달리기를 과하게 하면 근육이 놀랄 수 있는데 달린 직후 요가로 몸을 풀어 부상을 방지한 것이다. 올해만 벌써 4회 진행했고, 참가자의 호응을 얻어 11월말쯤 5회차 프로그램도 할 예정이다.

“달리기만 했을 때보다 반응이 뜨거워요. 요가 선생님에게 달린 직후 어떻게 하면 근육을 잘 풀 수 있을지 배우기도 좋고요.”

쓰레기를 주우면서 달리는 ‘플로깅(Plogging)’도 인기다. 이 말은 스웨덴어 ‘이삭을 줍는다’는 뜻인 ‘플로카 업(Plocka upp)’과 ‘조깅하다(Jogga)’의 합성어다. 달리는 길을 러너 스스로가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다. 플로깅은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단체·지역농협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러닝전도사’를 자처하는 안정은씨(30)도 플로깅 선두주자다. 그는 최근 세계유산축전에 참여해 경기 수원화성에서 플로깅을 실천했다. 안씨는 “쓰레기를 주우며 달리면 달라지는 거리 모습과 점점 채워져가는 봉투를 보고 성취감을 바로 느낄 수 있다”며 “플로깅만으로도 하루가 보람차다”고 말했다.
 

신문희씨가 인천 강화 동막해변에서 러닝을 즐기고 있다. 사진=신문희씨 @hee_1018


●인증샷은 기본=달리기가 ‘힙한 운동’이 된 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인증샷문화도 한몫한다. 러너들이 주로 이용하는 앱들은 러닝 킬로(㎞)수·코스 등을 뛰는 사진에 삽입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러닝’ ‘달리기’만 검색해도 자신의 기록을 올린 자랑 사진이 가득하다. 인증샷을 찍으며 하루하루 성장하는 자신을 보며 뿌듯함도 느낀다. 일부 동호회는 러닝 크루가 뛰는 날에 전문 사진사를 부르기도 한다. 사진관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는 것처럼 요샌 러닝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자신을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웨어러블 기기(입거나 몸에 붙일 수 있는 정보통신 기기) 발달로 뛴 거리나 심장 박동수를 측정하는 게 쉬워졌다. 꾸준한 기록을 바탕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소비자학과)는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이같은 현상을 즐겁게 건강관리를 하는 ‘헬시플레저’의 한 형태로 지목했다. 그에 따르면 “힘들고 엄격했던 건강관리가 쉽고 재미있고 실천 가능하게 변모하고 있다”며 “이제 건강한 것은 곧 즐거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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