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당] 강원도가 외쳤던 '井자형' 철도망, 이제야 틀 갖춘다
35년의 기다림, 8번의 대선 공약, 4번의 예비타당성 조사.
동서고속화철도는 이렇게 시작부터 착공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업이다. 1987년 13대 대선 당시 노태우 후보의 공약으로 제시되어서 35년이 지난 이제 첫 삽을 뜬 것이다. 당시 동시에 공약화 되었던 경부고속철도가 1992년 착공되어 2004년 개통된 것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그래도 30년 동안 4번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16년 타당성을 통과하고도 6년 만에 착공된 것은 당위성보다는 강원도민들의 성원과 해당 지역 주민들의 끝없는 열정으로 얻은 성과라 다른 사업보다 감회가 새로운 것이다.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는 93.7㎞를 총사업비 2조4000억원을 투입해 2027년 말까지 단선으로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용산역에서 춘천역까지 연결된 ITX청춘 열차를 속초까지 연결하는 사업으로 총 1시간40분 만에 도달한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은 공식·비공식 7번의 타당성조사를 거쳤다. 결과도 0.3에서 0.8까지 정권의 정책 향방에 따라 벼랑 끝을 왔다 갔다 했다. 최초 노선계획에 없었던 양구역과 화천역을 추가 확정했고, 춘천 의암호 구간 지하화 관철과 속초 일부 구간 지하화 및 역사 입지 논쟁도 거쳤다. 설악산국립공원 통과 구간에서 제기된 환경문제도 논리와 당위성으로 극복했다.
동서고속화철도가 통과하는 접경지역과 설악권 지역은 오랜 기간 교통의 사각지대였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예약되었던 숙박시설과 음식점은 취소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류비 과다로 유치하지 못했던 제조업과 물류 유통업도 이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시속 260㎞의 준고속열차가 용산∼속초 구간을 하루에 20회 운행한다. 그래서 착공식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크다. 분석된 기대효과는 생산유발효과 2조3500억 원, 일자리 창출 4만9000개, 관광객은 2.5배 수준의 증가가 예상되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부정적 영향도 대비해야 한다고 한다. 상권과 인구 유출 등 대도시로의 빨대현상을 우려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도 지역이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긍정과 부정의 효과가 상반되게 나타나는 것이 정론이다. 따라서 이제는 방문객 증가에 대비한 도시 활동력 강화를 준비해야 한다. 방문객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의 정비와 역세권 형성은 물론 역에서 목적지까지의 접근성 강화와 방문객을 위한 표지판 정비까지 촘촘한 대비가 필요하다.
춘천이 지금까지 ITX청춘 열차의 최종 목적지로서의 혜택을 누렸다면 이제는 동해안과 북부권 산림지역과의 경쟁과 분산을 고민해야 한다.
접경지역은 통과 승객을 유입시킬 수 있는 목적 통행을 창출해야 하고, 동해안 지역은 당일 방문객을 숙박으로 유도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단선으로 추진 중인 철도를 복선으로 확장하기 위한 당위성과 정치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마침 수도권 교통난 완화를 위해 광역급행철도망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GTX-B 노선을 마석에서 춘천까지(54㎞) 연장하여 동서고속화철도의 복선화 가능성을 증대시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지속적인 국비 확보이다. 6년간 2.4조원이 투입되기 위해서는 매년 4000억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규모 SOC사업의 경우 단일 사업에 이 정도의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철도는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원주~강릉 KTX 개통에 이어 동서고속화철도가 착공되었고, 춘천~원주 내륙순환철도도 국가기간철도망 사업으로 확정되었다. 이제는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구간과의 연계이다. 25년 전 강원도가 외쳤던 井자형 철도망 구축이 이제야 틀을 갖추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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