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동규 "이재명, 김문기를 몰라? 셋이 골프 치고 카트까지 탔다"

김도형 2022. 10. 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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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인터뷰 파장 어디까지]
"뉴질랜드서 (이재명 대표) 요트값도 내가 대줘"
"급할 것 없어.. 천천히 말려 죽일 것" 추가폭로 예고
"난 잃을 게 없어.. 웃통 벗고 싸우자면 되레 반가워"
김혜경씨 법카 연루 배씨 언급 "여자 유동규 아니냐"
"검찰이 진심으로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하기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입'이 정치권과 법조계를 강타할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그는 21일 밤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른바 '대장동 일당'에게 받은 돈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통해 '이재명 대선 캠프'로 흘러갔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와 김 부원장은 금품수수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유 전 본부장은 "작은 돌 하나 던지는데 저렇게 안달인데, 정말 큰 돌 날아가면 어떡하려고"라며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유 전 본부장 인터뷰 직후 김 부원장이 구속되면서, 그의 주장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그는 특히 한국일보에 "급하게 갈 것 없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 밝혀,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일보는 유 전 본부장 인터뷰 내용을 추가로 공개한다.


"김문기를 몰라?"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에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도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와 거액의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그는 1년 가까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윗선' 개입 여부에 대해선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입장이 180도 달라진 결정적 이유는 김문기 전 성남도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한 이재명 대표 주장에 실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김 전 처장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김 전 처장은 검찰 수사를 받던 지난해 말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전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한국일보에 "(이재명 대표가) 김문기를 몰라? (나랑) 셋이 호주에서 같이 골프 치고 카트까지 타고 다녔으면서"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5년 1월에 9박 11일 일정으로 호주·뉴질랜드 해외 출장을 함께 다녀온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뉴질랜드에서 요트값은 누가 냈는데?"라며 "난 (요트 타러) 가지도 않았지만 그거 내가 대줬다. 자기(이 대표)는 (요트 타러) 가놓고는. 그럼 자기가 받은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특히 "지금 '배OO'가 '여자 유동규' 아니냐"는 말도 했다. 배씨는 이재명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의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으며,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 측은 법인카드는 김혜경씨가 아니라 배씨가 쓴 것이라며 김씨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배씨를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10년... 쌓인 게 너무 많아"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를 비롯해 이 대표 '심복'으로 불리는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향한 배신감과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내가 그들하고 10년을 같이해 너무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내가 입 다물고 있기를 (그들은) 바랐던 것"이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막바지에 대장동 의혹이 불거졌을 때 휴대폰을 버린 행위에 대해서도 "1주일도 안 된 휴대폰 버리라고 XX해가지고"라며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유 전 본부장은 해당 휴대폰으로 보름 동안 김 부원장과 6차례, 정 실장과 8차례 연락했다.

유동규(왼쪽) 전 본부장이 2018년 10월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로부터 경기관광공사 사장 임명장을 받은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유 전 본부장은 인터뷰 도중 다소 흥분하며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그는 "10년간 쌓인 게 너무 많다. 하나가 나왔다 싶으면 또 하나가, 그리고 또 하나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급하게 갈 것 없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자금은 1원 한 장 받은 일 없다" "사탕 하나 받은 게 없다"고 말한 이재명 대표 해명에 대해서도 유 전 본부장은 "10원 하나 받은 게 없다? 초밥이 10원은 넘을 것"이라고 얘기하며 "내가 검찰에서 다 이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찰 수사력에 깜짝 놀라"

민주당은 유 전 본부장의 입장 변화에 검찰 회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가 20일 자정에 구속기한 만료로 구치소에서 풀려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석방 다음 날 재판받으러 법원에 나왔을 때 "최소한 뭐에 회유되진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한국일보와 만나서도 "나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이라며 "지금 대기업 회장이 거지하고 웃통 벗고 싸우자는 격인데 오히려 반갑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다만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뜻은 내비쳤다. 그는 "검찰이 물 밑부터 싹(수사를 했다)"이라며 "검찰과 법원은 바보가 아니다. 우리 검찰도 이 정도 수사력이 있구나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진심으로 대해줬고, 그래서 나도 허심탄회하게 말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검찰에 원하는 진술을 해주고 감경받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 의혹에 대해선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 전 본부장은 "형량 깎아주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내가 지은 죄만큼 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이 지은 죄는 같이 벌을 받고, 내가 안 한 거는 덮어쓰면 안 되고. 이재명(대표) 명령으로 한 거는 이재명이가 써야 될 것"이라며 이 대표와 측근들을 겨냥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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