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34] 너와 나의 땅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스페인의 인기 드라마 ‘종이의 집’에서 조폐공사를 털려고 모의하던 중에 ‘박사’라고 부르는 주인공이 그의 형과 부르는 애절하면서도 강인한 노래가 귀에 꽂힌다. 그 노래는 ‘벨라 차오(Bella Ciao)’, 무솔리니 파시스트 정권에 맞섰던 저항군의 투쟁가다. 은행 강도들이 반파시즘 투쟁가라니?
사실 스페인 내전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지구촌을 휩쓴 이 거대한 전쟁은 파시즘에 맞선 전쟁이었다. 파시즘은 좌파와 우파로 규정하기 어렵다. 반유대주의 같은 극우적 인종주의부터 금융 자본에 대한 반대 같은 사회주의적 외피도 종종 걸치기 때문이다(히틀러 나치 정당의 이름에 ‘국가사회주의’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이탈리아에서 극우 정권이 집권했다. 이탈리아 역사상 첫 여성 총리이기도 한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당은 무솔리니가 세운 국가파시스트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극우 정당들이 그렇듯이 이 당 또한 ‘강한 이탈리아’를 내세우며 이민과 난민, 동성애 그리고 유럽연합에 반대하는 태도를 줄곧 보여 왔다.
2차 세계대전이 극점에 다다랐던 1944년 미국 포크 음악의 아버지 우디 거스리가 발표한 이 노래는 이제는 미국의 제2 국가가 되었다. 그가 공연 때 메고 나왔던 통기타에는 ‘This Machine Kills Fascists(이 기기는 파시스트를 죽인다’)’라는 문구가 선연하게 새겨져 있다. 이 노래는 그저 단순한 조국 찬가가 아니다.
“날 막는 큰 벽이 있었어/ 그 간판엔 ‘사유지’라고 쓰여 있지/ 하지만 그 뒷면에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아/ 이 땅은 너와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야(Was a high wall there that tried to stop me/ A sign was painted said : Private Property/ But on the back side it didn’t say nothing/ This land is made for you and me).”
이후 이 노래는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민중의 노래가 되었고 하물며 로널드 레이건조차 재선 유세에서 이 노래를 언급했다. 하이라이트는 우디 거스리의 동료였던 피트 시거와 로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버락 오바마의 취임식 공연에서 함께 이 노래를 부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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