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 카카오 사태 후폭풍, 사회적 책무와 규제 유혹

기자 2022. 10. 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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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경기 판교 SK C&C 데이터센터(IDC) 화재로 카카오 플랫폼이 마비되었다. 알려져 있다시피 카카오는 메일과 정보검색을 기반으로 하는 다음과 메신저 앱 카카오톡이 합병하면서 탄생한 공룡 플랫폼 기업이다. 이런 플랫폼 기업이 데이터센터 화재로 순식간에 모든 서비스가 ‘다운’이 된 것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해 메일과 포털, 카카오TV, 뉴스 등 미디어 서비스 피해도 컸다. 카카오톡이 서비스된 이후 12년 만에 최장 시간 다운된 것이라 한다. 메일 서비스의 경우 4일이 지난 19일에야 복구되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카카오 다운을 계기로, 플랫폼의 사회적 역할과 책무에 대하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서비스 기반 플랫폼인 카카오가 운영 서버 이중화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플랫폼 기업은 특성상 많은 이용자에 따른 서버운영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방대한 개인정보와 자료가 저장되어 있다. 카카오 플랫폼 다운이 장기화한 것은 데이터 서버는 이중화되었지만, 작동이나 개발과정은 이중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사자인 카카오는 한국 플랫폼 선두 기업으로서 책무를 다했는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물론 카카오 플랫폼이 무료 서비스로 국민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서 카카오는 미디어, 금융, 상거래 심지어는 골목상권 침해 의혹까지 이야기될 정도로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했다. 최근에는 연예 매니지먼트와 콘텐츠, 금융, 모빌리티 등 손을 대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이다. 카카오의 빠른 성장 뒤편에 사회적 책무가 잘 지켜졌는지 반성과 개혁이 필요하다. 그리고 미디어 영역에서도 플랫폼으로 판을 깔아주었다고 하지만, 과연 한국 언론발전에 포털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뒤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한편으로 우려스러운 대목도 있다.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정부와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지나친 규제 움직임은 당혹스럽기도 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빌미로 이른바 카카오 먹통 방지법을 비롯해 온플법(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심사지침, 이중화 의무화 등 논란이 될 만한 정책을 다시 꺼내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정위나 대체 서비스, 국가기간망 사업과 같은 지침 등을 이야기한다. 민간 데이터센터를 방송·통신 시설처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해 관리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기업이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대안이 무조건 민간 플랫폼 사업자의 통신망이나 데이터센터 등을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규제정책이다. 이미 각종 법과 집적정보 통신시설 보호 지침에 재난 대비 보호조치 의무가 존재하고 있다. 자칫 중복 규제를 양산할 수도 있다. 그 결과 국내 디지털 생태계의 부담은 가중되고 해외사업자들은 이를 피해가도 처벌하기 어렵다. 그동안 플랫폼 경제의 성장 뒤편에 가려 있던 문제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엄밀히 본다면 이번 사건은 법제도나 모든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라 카카오의 비상사태 대비가 미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같은 데이터센터에 입주해 있던 네이버나 SKT는 큰 피해가 없었다. 그런 차원에서 카카오 사건을 계기로 플랫폼 기업의 책무성과 안전성 점검은 필요하다. 또 플랫폼 기업 역시 재발 방지를 위한 기술적·정책적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나 정치권 역시 사건의 본질을 잘 파악하고 지나친 규제보다는 플랫폼 책무는 감시하고,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 마련도 요구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의견수렴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다고 지금 국민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자칫 한국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만 옭아매는 규제정책이 남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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