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 새끼 떼놓고 '애착 연구'..원숭이 이용 실험 논란
눈꺼풀 꿰매 시신경 실험도
과학계, 연구윤리 위반 지적
미국 하버드대에서 원숭이를 활용한 실험이 전 세계 영장류학자들의 분노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르몽드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신경생물학자인 마거릿 리빙스턴의 연구실에서는 갓 출산한 어미 원숭이에게 새끼를 떼 놓고 봉제인형 등을 제공하는 실험을 했다. 영장류가 무생물에도 애착을 느끼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다. 연구팀은 새끼를 빼앗긴 원숭이가 무생물이더라도 부드러운 질감의 물체에 애착을 느낀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팀은 새끼 원숭이의 눈꺼풀을 봉합해 1년간 실명 상태로 두고 시신경의 변화를 추적하는 실험도 했다. 실험 결과는 각각 지난 9월과 2020년 12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지난 9월 모성 애착 실험 결과가 공개되자 학자들 사이에 연구윤리 위반 논란이 일었다. 원숭이 실명 실험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동물행동학자와 영장류학자가 주축이 된 과학자 250명은 해당 실험들이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지난 17일 PNAS에 논문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 영장류학자인 캐서린 호바이터는 PNAS에 보낸 편지에서 “1960년대 이후 우리는 모성 분리에 의존하는 실험이 극도로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른 방식으로도 실험을 더욱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인 PETA도 “하버드대는 이 끔찍한 실험실을 폐쇄하고 모든 연구 자료를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리빙스턴의 연구실에서 원숭이 실명 실험은 종료됐지만 모성 애착 실험은 계속 진행 중이다.
하버드대는 리빙스턴의 원숭이 실명 실험이 시각장애, 뇌 발달 등에 대한 중요한 지식을 제공하고 알츠하이머, 뇌암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모성 애착 실험도 유산이나 사산을 겪은 여성의 심리적 회복에 필요한 개입을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신경학자이자 프랑스 국립보건의료연구소 윤리위원장인 에르베 슈네바이스는 과거 동물 실험을 언급하며 “요즘은 동물의 고통에 대한 민감도가 많이 바뀌었다”며 “과학도 우리의 사회적 인식에서 예외대상이 될 수 없으며 (과학자들의 방법론이 시대와 맞지 않다면) 대안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르몽드에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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