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복' 리창, 서열 2위로..관례·계파 모두 깨고 '시자쥔' 점령
‘시 주석 출신’ 태자당 등 3대 계파서 공청단·상하이방 퇴출
리창, 부총리 안 거치고 총리 내정…차이치·리시 등용 ‘파격’
여성위원 ‘0’…퇴임 연령 등 고려 없이 ‘시의 사람들’로 채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공산당 총서기직 3연임을 확정한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와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는 예상대로 시 주석 ‘1인 천하’ 개막을 알리는 무대였다. 시 주석의 출신 배경이 된 태자당(혁명 원로 자녀 그룹)과 함께 공산당 내 3대 계파를 구성했던 공산주의청년당(공청단)과 상하이방 출신 인사들이 모두 지도부에서 퇴출되고 그 빈자리는 ‘시자쥔(習家軍)’으로 불리는 그의 측근들이 점령했다.
시 주석은 23일 오전 1중전회에서 당 지도부 선출이 끝난 후 여유 있는 표정으로 내외신 기자회견장에 들어서 단상에 섰다. 그는 이어 리창(李强), 자오러지(趙樂際), 왕후닝, 차이치(蔡奇), 딩쉐샹(丁薛祥), 리시(李希) 등 자신의 집권 3기 새로운 지도부로 선출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6명의 이름을 차례로 호명했다. 이들이 호명된 순서는 당내 서열을 의미한다. 자오러지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는 시 주석 집권 2기를 함께한 측근 인사들이고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를 비롯해 이번에 새롭게 당 최고 지도부에 진입한 4명은 시자쥔 등 시 주석의 측근 그룹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시 주석의 심복으로 알려진 리창 서기는 일순간에 당내 서열 2위로 등극해 내년 3월 차기 국무원 총리 자리를 꿰차게 됐다. 부총리를 거치지 않은 그가 총리에 내정된 것도 파격적 인사다. 기존 관례를 지키기 위해 조만간 리 서기가 부총리에 임명된 뒤 내년 3월 총리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차이치 베이징시 당 서기는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지만 후보군에서 다소 후순위에 있던 인물로, 예상을 깨고 당내 서열 5위에 이름을 올리며 이날 당 중앙서기처 서기로 선임됐다. 또 이날 마지막에 호명된 리시 광둥성 당 서기는 넓은 범위에서 시자쥔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이날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에 임명됐다. 당내 권력 서열에 따라 자오러지 서기와 왕후닝 서기는 내년 3월 각각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을 맡고,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주임은 상무부총리에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위원 24명 중에는 이들 외에도 황쿤밍(黃坤明) 당 중앙선전부 부장과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 서기, 리훙쭝(李鴻忠) 톈진시 서기 등 시 주석 측근 인사들이 상당수 유임됐다.
중앙정치국 위원에 여성은 1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유일한 여성 위원이었던 쑨춘란 부총리(72)는 은퇴할 예정이며 그를 이어 새롭게 임명된 여성은 없다. 이로써 중국 정치권의 여성 차별과 ‘유리천장’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 중앙위원회 물갈이 비율은 3분의 2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명보는 이날 20기 중앙위원 구성원 205명 중 약 65%인 133명이 신규 선출된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2017년 19차 당 대회 때의 62%, 2012년 18차 당 대회 때의 56%에 비해 높은 수치다.
‘시진핑 3기’ 지도부 개편은 여러 면에서 당의 관례와 전통을 깬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69세인 시 주석이 3연임을 하며 ‘7상8하(67세 유임, 68세 퇴임)’ 관례를 깼기 때문에 지도부 인선에서도 이 기준은 큰 의미를 갖지 않았다. 집권 2기 지도부 중 올해 68세 이상인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한정(韓正) 상무부총리의 퇴임은 예견됐던 것이지만, 올해 67세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왕양(汪洋) 정협 주석은 유임이 가능한 나이임에도 완전히 물러났다. 반면 올해 72세인 장여우샤(張又俠)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69세인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퇴임 연령을 넘겼음에도 중앙정치국 위원에 유임되거나 새롭게 선임됐다.
결국 이 같은 관례 파괴는 시 주석의 절대 권력을 위한 것이다. 이번 최고 지도부 인선에서 시 주석과 계파색이 다른 인물들은 모두 배제됐다. 내년에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리 총리는 물론이고 한때 차기 총리로 유력히 거론됐던 왕양 주석과 후춘화(胡春華) 부총리 등 공청단 출신 인사들은 모두 새 지도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상하이방 출신으로 분류되는 한정 상무부총리가 물러난 것까지 포함하면 당내 다른 계파는 사실상 모두 와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당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후 부총리는 향후 국가부주석 자리에 앉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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