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발 자금 경색] 돈줄 조여온 한은, 꽁꽁 언 자금시장 딜레마

문혜현 2022. 10. 23. 19: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폭·속도조절 불가피
李 "통화정책 전제 안 바뀌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자금시장이 극도로 경색되면서 지난해 8월 이후 1년 넘게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며 돈줄을 조여온 한국은행(한은)이 고민에 빠졌다.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려면 기준금리 인상과 시중 유동성 축소 기조를 이어가야 하지만, 자금 경색이 더 심각해지면 한은도 금융시장 안정성 등을 고려해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별대출 요청받은 한은=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18일 이창용 한은 총재를 만나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 경색 등에 대한 해법으로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 재가동을 요청했다.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는 일반 기업이나 증권사·보험사·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 한은이 우량 회사채(AA- 이상)를 담보로 받고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비상시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자 2020년 5월 이 제도를 처음 신설한 뒤 3개월씩 두 차례 연장을 거쳐 지난해 2월 3일 종료했다. 당시 한은은 "향후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면 이 제도의 운용 재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은 안팎에서는 현재 통화정책 기조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쉽게 재개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2020년 당시에는 코로나19의 경기 충격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기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3%(2020년 5월)까지 하락했던 까닭에 인플레이션 부담도 없었다.그러나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대 중후반(8월 5.7%·9월 5.6%)에 이르고, 한은은 7·10월 사상 처음 두 차례의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까지 단행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를 재가동하는 것은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와 부딪치는 것이다.

◇ 한은총재 "자금시장 안정은 미시조치…통화정책 전제 안 바뀌어"= 이 총재는 23일 "(오늘 발표된) 자금시장 안정 방안은 최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중심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데 대한 미시 조치라서, 거시 통화정책 운영에 관한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회사채·기업어음(CP) 시장의 자금·신용 경색을 풀기 위해 한은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지만, 거시경제 차원에서 물가상승 압력을 줄이기 위해 당분간 기준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줄이는 통화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 총재는 미시 조치로서 적격담보증권 대상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한은이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국채 외 은행채와 공공기관채를 포함하는 방안을 이번 주 금통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현재 한은으로부터 대출할 때 국채·통화안정화증권·정부보증채 등 국공채만을 담보(적격담보증권)로 제공하는데, 이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도 포함해달라는 게 최근 은행들의 요청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 입장에선 이미 보유한 은행채를 대출 담보로 활용할 수 있어 그만큼 자금 여력이 늘고 조달 압박을 덜 받게 된다. 한은은 앞서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은행채 등도 적격담보증권으로 인정했다가 지난해 3월 말 한시적 조치를 종료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오늘 대책에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나 다른 방안(금융안정특별대출)은 빠졌는데, 이번 방안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필요하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자금경색 이어지면 11월 '빅 스텝' 가능성 낮아져= 이번 정부 대책으로도 자금 경색 상황이 풀리지 않는다면 금통위의 11월 24일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기준금리 인상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급등한 원·달러 환율 때문에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겠지만, 채권 시장 충격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시장의 예상과 달리 세 번째 '빅 스텝'을 선뜻 밟기가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은 오는 27일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관련 내용을 검토할 전망이다. 지난 금통위에서 비둘기파적 성향의 금통위원 발언이 관심을 모은 가운데 한은 기조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문혜현기자 moone@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