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늑장 '유동성 대책'에 신뢰잃은 정부

강민성 2022. 10. 2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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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급등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이 확산되자 정부가 23일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조치로 긴급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23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추경호 경제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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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경색 한달만에 진화나선 정부
PF 부실·레고랜드 디폴트에도
손놓고 있다 50조 유동성 '뒷북'
"위기론 많이 퍼졌는데 이제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 2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

금리 급등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이 확산되자 정부가 23일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조치로 긴급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금융사와 기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뒤에 나온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징후가 몇달전에 감지되고, 이번 사태에 단초를 제공한 2050억원 규모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처리된지 20일 가까이가 되는 데도 손 놓고 있다가 이제 부랴부랴 대응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안일한 대응으로 실기해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정부는 23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추경호 경제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매입한도를 16조원으로 올리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 등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증권사에는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3조원 규모를 지원키로 했다.

또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1조6000억원을 활용, 24일부터 회사채·CP·건설 시공사 보증 PF·ABCP를 매입하고 펀드 규모도 20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양호한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신용보증을 늘리고, 보증 요건 완화도 검토키로 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ABCP에 대해선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부동산 프로젝트펀드(PF) 시장 불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지자체 보증 ABCP에 대해서는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예정임을 다시 한번 확약드린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도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국채 외 은행채와 공공기관채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들은 현재 한은으로부터 대출할 때 국채·통화안정화증권·정부보증채 등 국공채만을 담보(적격담보증권)로 제공하는데, 이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도 포함해달라는 게 최근 은행들의 요청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 입장에선 이미 보유한 은행채를 대출 담보로 활용할 수 있어 그만큼 자금 여력이 늘고 자금시장에 여유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사상 초유의 지자체 보증 ABCP 부도 사태가 불러올 후폭풍에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레고랜드 관련 ABCP가 지난 6일 부도처리됐는데도 2주가 넘도록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금융IT학)는 "일단 긴급한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본다"며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지만 채권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이 지금이라도 나온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건설회사, 증권회사 일부가 문닫을 수 있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는 데 일주일 전에는 괜찮다고 하다가 이제와서 긴급 유동성 공급을 하는 것을 보면 정부의 조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는 "채권시장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프로그램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보여진다"면서 "한전 적자 등 지난 정권이 망가뜨려놓은 우리 경제의 구조가 부메랑으로 다가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일단 급한 불은 끈다는 의미"라며 "상황을 주시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할 때"라고 밝혔다.

강민성·이윤희 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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