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호주, 새 안보선언..중국 겨냥 "긴급사태 공동 대응"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가 ‘대만 유사사태(전쟁)’ 등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공동으로 대응한다고 새 안보선언에 명기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두 나라의 협력이 전방위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일로부터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받는 한국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움직임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2일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퍼스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2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한 뒤 ‘안전보장 협력에 관한 일-오스트레일리아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양국의 안보 공동선언은 2007년 3월 이후 15년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새 안보선언은 향후 10년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나침반이 된다.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도 “새 안보선언은 우리의 전략적 협력을 지역에 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 선언에서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주권 및 지역의 안보상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긴급사태에 대해 상호 협의하고 대응 조치를 검토한다”고 명시했다. 일본이 동맹국인 미국 외에 다른 나라와 긴급사태 대비 태세를 논의하는 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긴급사태로 주요하게 상정한 것은 대만 유사시 공동 대처다. 외교나 경제 제재에 더해 군사적 협력도 시야에 넣는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두 나라는 공동선언에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공통의 가치관 및 상호 전략적 이익에 대해 증대하는 위험에 대응한다”며 “앞으로 10년에 걸쳐 양국은 포괄적 관여를 심화하고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두 나라는 매년 정상회담과 외교·국방장관(2+2) 협의 등 모든 차원의 전략적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각각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정책 조정과 부대의 상호운용성과 공동능력을 키우기 위해 미·일·오스트레일리아 3각 협력도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 자위대와 오스트레일리아군은 △연합훈련 △다자간 연습 △시설의 상호 이용 등 실질적인 군사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공동선언에는 안보협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방법도 모색한다고 명시해 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국의 안보협력을 위해 긴급 상황에서 자위대와 오스트레일리아군의 역할 등이 담긴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작성하는 것도 시야에 넣고 있다”고 전했다. 이 선언으로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 ‘3국 동맹’의 틀이 사실상 완성된 것이다.
두 나라의 협력이 사실상의 동맹으로 강화된 핵심 이유는 ‘중국 억제’라는 공통의 목표 때문이다. 일본은 대만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자리한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도 중국이 자신들의 ‘앞마당’인 태평양 도서국을 상대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군사 거점을 만들려는 것에 대해 강한 경계감을 갖고 있다. 중국은 지난 4월 오스트레일리아의 코앞에 있는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맺은 데 이어, 왕이 외교부장이 5월에 남태평양 도서국을 순방했다.
마이클 그린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은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래를 미·중 두 나라가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안보 측면에서 가치관을 공유하는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지역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일본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미국 외에 다른 국가들과 다층적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다른 준동맹 관계인 영국과도 장비품(무기)이나 훈련 등 협력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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