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위기 오나..SK·LG·삼성 총수들, 줄줄이 '사장단 회의'
장기적으로 현금 비중 확대 전망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 속에 SK를 비롯한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임원들이 한데 모여 경영 전략과 중장기 목표를 가다듬는 회의를 잇달아 열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19~21일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2022 CEO 세미나’를 열었다고 23일 밝혔다. 최태원 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중국 고전인 ‘손자병법’에 나오는 ‘돌아가는 길을 찾음으로써 빠른 길(유리한 위치)을 삼고, 고난을 극복하여 오히려 이로운 기회로 삼는다’는 뜻의 ‘以迂爲直 以患爲利(이우위직 이환위리)’라는 문구를 인용했다. 최 회장은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론하며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비즈니스 전환 등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으면서 위기 이후 맞게 될 더 큰 도약의 시간을 준비하자”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요소를 비즈니스에 내재화해 지속적 성장성을 확보하고 기업 가치를 증대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지정학적 긴장 등 거시 환경의 위기 요인이 추가로 증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계열사별로 연말까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 수립을 주문했다.
최근 고위급 경영회의를 연 기업은 SK뿐이 아니다. 삼성은 지난달 말 SDI·전기·SDS·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 사장단과 생명·증권·카드 등 금융 계열사 사장단 4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사장단회의를 열었다. ‘광복절 특사’로 복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오찬자리에 참석해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계열사 사장들까지 총출동한 삼성 사장단회의는 2020년 6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가전 재고 급증 등으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LG그룹도 지난달 29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사장단 워크숍을 열고 중장기 경영전략을 논의했다. 그룹 총수인 구광모 (주)LG 대표이사와 계열사 CEO 등 최고경영진들이 참석했다. 구 대표는 “경영 환경이 어려운 때일수록 그 환경에 이끌려 나가선 안 된다”며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다가올 미래 모습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대표와 사장단이 한 자리에 모인 건 2019년 12월 사장단협의회 이후 약 3년 만이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도 8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이후 최근 수시로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도 7월 사장단회의에서 전반적 체질 변화와 기존 유통과 석유화학을 넘어 새 먹거리 발굴을 강조했다. 최근 배터리 핵심소재인 동박을 만드는 세계 4위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포스코그룹은 이달 말 최정우 회장 주재로 그룹경영회의를 열고 하반기 실적 점검 및 경기침에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주요 그룹이 줄줄이 경영진 회의를 여는 것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각국 금리가 연쇄적으로 치솟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 또한 큰 폭으로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8개월 넘게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에너지 가격 불안정을 부채질하고 있다. IRA와 ‘칩4(한국, 미국, 일본, 대만) 동맹’ 등 주요 패권국들의 보호주의 기조도 경영환경에 악재로 작용한다.
기업들 스스로 내다보는 경제 전망도 어둡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의 ‘2022년 4분기 경기전망지수(BSI)’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58.2%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2%에 못 미칠 것으로 봤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현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장기 계획을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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