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불법입국 중남미인 역대 최대..베네수엘라 급증

김서영 기자 2022. 10. 2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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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이들 이주민은 지난 주 미국으로 들어갔다가 추방돼 멕시코에 돌아왔다. AP연합뉴스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한 중남미 이주민이 연간 최대치인 238만명으로 집계됐다고 22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2022회계연도인 2021년 10월1일에서 2022년 9월30일까지 불법 입국이 238만건 적발돼, 이전 회계연도의 173만건 대비 37%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간 총 적발 건수가 200만건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최고치의 2배가 넘는다.

월별 건수 또한 증가 추세다. 지난 8월 20만4987건에서 지난 9월 22만7547건으로 늘었다. 9월만 놓고 보면 지난해 9월(19만2001건)보다 18.5% 증가했다.

불법 입국자의 출신국 구성엔 다소 변화가 생겼다. 지난 9월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이주민의 비중은 약 7만8000건이었다. 월별로 보면 지난 8월 대비 베네수엘라인은 33%, 쿠바인은 37%, 니카라과인은 55% 증가했다. 이는 과거 불법 입국 통계에서 멕시코,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4국의 비중이 높았던 것과 달라진 점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 9월 이 4국 이주민은 약 5만8000건 적발됐다.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에서 미국으로 불법 입국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해당 국가들의 정치적 억압과 경제위기가 꼽힌다. 미국의 제재로 2014년부터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약 680만이 해외로 이주했으며, 쿠바 역시 1980년대 이래 가장 많은 이들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크리스 매그너스 CBP 국장은 “합법적이고 질서 있는 입국 방법이 존재할 때, 밀수업자의 손에 목숨을 맡기고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으려 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 소녀들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 치와와주 시우다드후아레스의 리오그란데강 둑에서 추방을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12일 불법 이민자들을 멕시코로 즉각 추방하는 새로운 행정 조치를 발동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가 많아진 것은 코로나19 방역규정 강화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2020년 3월부터 멕시코 국경을 통한 밀입국자를 즉시 추방하는 공중 보건 규정 ‘타이틀 42(42호)’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멕시코가 미국이 보낸 베네수엘라인을 거부하고,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외교관계가 경색돼 이들을 베네수엘라로 바로 보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베네수엘라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내에서 풀려나게 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전임 트럼프 정부의 대표 이민정책인 타이틀 42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고, 당선 후에도 지난 5월까지 폐지 수순을 밟으려고 했다. 이때 멕시코와 접경한 텍사스의 주지사가 불법 이민자 약 35명을 전세버스에 태워 수도 워싱턴으로 이송하는 등 항의에 나서기도 했다. 타이틀 42 폐지는 법원에서 제동이 걸려 여전히 시행 중이다.

다음 달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불법 이민자 문제 또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최근 입장을 선회해 지난 12일 남쪽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를 멕시코로 추방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공항을 통해 합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베네수엘라 이민자는 최대 2만4000명까지 수용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남부 국경주에서 공화당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요인 중 하나로 늘어난 불법 이민이 꼽히고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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