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헤르손 점령지 주민에 "즉각 모두 떠나라" 긴급대피령..우크라에 대대적 공습

헤르손 남은 주민에 또 "모두 즉각 떠나라"..우크라 전역 100만 가구 이상 정전

22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공식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위치를 밝히지 않은 채 러시아의 공습에 불타는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이라며 공개한 사진. [EPA=연합뉴스]

러시아가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점령지에서 수세를 몰린 끝에 주민들에게 "전원 즉각 떠나라"며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임명한 헤르손 점령지 행정부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전선의 긴박한 상황, 대규모 포격 위험 증가, 테러 공격 위협으로 인해 헤르손의 모든 민간인은 즉시 도시를 떠나 드니프로 강의 왼쪽(동쪽) 둑으로 건너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과 친구들의 안전을 조심하라"며 "서류, 돈, 귀중품, 옷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헤르손 점령지 행정부는 모든 산하 부서·부처에도 이날 중으로 드니프로 강을 건너라고 명령했다.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지난달 말 동부 요충지 리만을 빼앗긴 러시아는 남부 점령지인 헤르손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헤르손 거주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 수천 명이 떠난 가운데 이날 또다시 헤르손 점령 당국이 남아 있는 주민들에게 모두 떠날 것을 긴급히 명령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공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밤사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무차별 공습을 이어갔다.

러시아의 공습이 전기 관련 기반시설에 집중되면서 전국적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키릴로 티모셴코 대통령실 차장은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100만 가구 이상이 정전됐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흐멜니츠키 67만2000 가구, 미콜라이우 18만8400 가구, 볼린 10만2000 가구, 체르카시 24만2000 가구, 리브네 17만4790 가구, 키로보그라드 6만1913 가구, 오데사 1만500 가구 등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 상태라고 전했다.

남·동부 전선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전력 시설을 주요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 전기와 난방, 물, 가스 등을 끊어 한겨울에 우크라이나인들을 고통에 몰아넣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회사 우크레네르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 주요 네트워크의 에너지 시설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또 감행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러시아가 밤사이 36발의 미사일을 쏘며 대대적인 공습을 시작했다. 발사된 로켓은 대부분 격추됐다"며 "이번 공습은 중요 기반 시설에 대한 사악한 공격이며 전형적인 테러리스트 전술"이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공군도 이날 성명에서 "주요 기반 시설을 겨냥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날 남부 오데사 지역과 서부 및 중부 권역 6개 주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을 받았다는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