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일회용 마스크, 랜선으로 변신한다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를 흔히 랜선이라고 부르는 ‘이더넷 케이블’ 소재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엄청나게 많이 버려지고 있는 일회용 마스크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방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영국 스완지대 연구진은 일회용 마스크에 섞인 플라스틱 물질에 석유에서 뽑아낸 화학물질인 톨루엔을 섞어 ‘탄소나노튜브’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래피드 커뮤니케이션즈’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이 뽑아낸 탄소나노튜브는 전기 전도성을 갖는다. 연구진은 이렇게 뽑아낸 탄소나노튜브를 통신용으로 쓰는 이더넷 케이블의 주요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탄소나노튜브는 휘어졌다가 원상복구가 쉽게 되는 데다 강도도 매우 높아 공학적으로 주목받는 소재다.
연구진이 이런 탄소나노튜브를 하필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에서 뽑아내겠다고 나선 데엔 이유가 있다. 막대한 마스크 폐기량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에서 생산된 일회용 마스크는 520억개에 이른다. 이 마스크들은 모두 짧은 기간 사용된 뒤 버려졌다. 게다가 이 가운데 적어도 15억~20억개는 바다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산된다. 과학계는 일회용 마스크를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는 새로운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연구진은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에서 추출한 탄소나노튜브를 향후에는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배터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호주 RMIT대 연구진은 일회용 마스크를 잘게 갈아넣어 콘크리트의 강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번 영국 스완지대의 추가 연구를 통해 일회용 마스크의 재활용 범위가 넓어지게 됐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이번 기술은 쓰레기를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순환경제’를 촉진할 방안”이라며 “친환경적인 화학산업을 만드는 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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