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도 바다에서도 거침 없다..'로봇 거북' 등장
거북의 형상을 본뜬 수륙양용 로봇을 미국 연구진이 개발했다. 네 다리를 이용해 땅 위에선 걷고, 바다에서는 헤엄칠 수 있다. 해안 생태계 조사와 잠수 활동 보조 등에 활용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한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최근 살아 있는 거북의 형상과 움직임을 흉내낸 로봇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로봇은 지구에서 1억1000만년 전부터 살아온 거북의 신체 형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됐다. 다리 네 개와 등껍질을 지닌 모습은 거북을 연상시킨다.
이 로봇은 특히 현실에 존재하는 거북 다리의 모양새에서 장점만을 뽑아 제작된 게 특징이다. 거북은 육지거북과 바다거북으로 구분된다. 육지거북의 다리는 걷기 편하도록 통통하고 넓적하지만, 바다거북은 물을 젓기 편하도록 선박의 노 같은 모습이다.
연구진은 이 두 가지 형태의 다리를 합쳐 환경에 따라 모양이 변하도록 개발했다. 신축성 있는 고분자 물질 등이 들어간 인공 근육을 다리의 소재로 썼다.
로봇 거북이 육지를 걸을 때에는 다리 끝 부분을 사람이 주먹을 쥔 것 같은 형상으로 동그랗게 말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걷기가 수월해진다. 그러다 로봇 거북이 물 속으로 들어가면 말았던 주먹 형상의 근육을 곧게 펴도록 해 노처럼 만들었다. 헤엄에 최적화된 형태로 다리 모양을 바꾼 것이다.
연구진은 로봇 거북이 육지와 바다에서 ‘다리’라는 한 가지 도구를 이용해 이동한다는 점을 중요한 장점으로 꼽았다. 지금도 육지에선 바퀴, 물 속에선 스크루를 돌리는 수륙양용 수단들이 있긴 하지만 기계적으로 복잡하다. 연구진은 “여러 추진 기관을 달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로봇 거북은 오로지 다리만 사용해 이동하기 때문에 종전의 수륙양용 수단들이 지녔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연구진은 로봇 거북이 해안선의 생태계를 감시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육지와 바다를 넘나들면서 생물들의 분포를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수집할 수 있다. 인간 잠수부를 지원하는 데에도 쓰일 것으로 전망했다. 잠수부 옆에서 헤엄치며 도구를 옮기거나 조명을 비추는 식의 도움을 줄 수 있다.
해양 양식장에서도 사용될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로봇 거북을 물 속에 풀어 그물 같은 양식장 장비가 파손됐는지를 확인해 유지·보수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네 다리를 이용해 어떤 환경에서든 이동하는 로봇 거북은 운송 비용을 떨어뜨리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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