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를 찾아서] "폐암 치료는 정확한 진단부터 시작..표적치료로 더 살 수 있다"
"폐암 표적치료제 개발로 환자 생존 연장"
"생존기간 1~2년 환자, 8~9년도 살아"
"국산 표적치료제 '렉라자'..효과 좋아"
"유전자 돌연변이 절반 이상 치료제 개발로 이겨 낸다"
한국인 ‘사망 원인 1위’ 암. 그 가운데서도 사망률이 가장 높은 폐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34.7%에 불과하다. 전체 암 생존율의 절반 수준이다. 이마저도 원격 전이로 진행됐다면 생존율은 6.1%까지 ‘뚝’ 떨어진다. 환자 10명 중 1명의 목숨도 장담하지 못한다. 지난해 국내 폐암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36.8명이다. 2011년(31.7명)과 비교하면 5명 이상 늘었다.
폐암은 크기와 형태에 따라 소세포폐암(SCLC)과 비소세포폐암(NSCLC)으로 나뉜다. 이 중 비소세포폐암 비중은 최대 8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세포 성장 속도가 비교적 느려 조치 발견 시 수술로 완치도 가능하지만, 실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폐암 환자 생존율이 낮은 것은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폐에는 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 신경이 거의 없다. 객혈과 같은 평소에는 없었던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초기는 지났다. 이상 증상은 폐 외 다른 부문으로 암세포가 전이됐다는 신호다. 폐암 판정 환자들이 절망하는 이유이다.
벼랑 끝에 몰렸다는 생각에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에 손을 대는 환자들도 있다. 지난 2019년 미국의 한 폐암 환자가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먹고 완치됐다는 온라인 동영상이 떠돌면서 한때 국내서 동물용 구충제 ‘품절 대란’까지 이어졌다. 이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의 대표적인 예다. 의사협회는 폐암 환자들에게 “펜벤다졸은 개, 염소 등 동물에게만 사용이 승인된 약품”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조기 발견 외 폐암 치료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돌연변이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와 ALK, ROS1, KRA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EGFR은 전체 비소세포폐암에서 최대 40%까지 관찰되는 흔한 유전자 변이암으로 꼽힌다. 국내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EGFR 변이 양성 비율이 38%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국내외 의료계와 제약사는 돌연변이에 주목했다. 그래서 나온 게 ‘표적항암제’다. 암 생성 때 생기는 생체물질의 활동을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막는다는 것이다. 암 환자가 고통스러운 것은 치료제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들도 함께 공격하기 때문이다.
안병철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한 경우에는 유전자 돌연변이만을 표적해 폐암을 조절할 수 있다”라며 “오히려 유전자 돌연변이 없이 흡연이나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폐암이라면 복합적인 요소로 표적치료만으로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약 15년 전 의대생 시절만 해도 발견된 유전자 돌연변이는 2개 남짓이었지만, 현재는 8개 이상의 돌연변이를 검사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내외 대표적인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니브)와 로슈의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 등이 꼽힌다. 안 교수는 “과거 산소 호흡기를 차고 임종실에 들어갈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던 환자분이 있었는데 검사 결과 EGFR 변이를 확인했다”라며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는데 당시 임상 중이었던 1세대 치료제 게피티니브를 투여한 결과 복용 1~2주 만에 걷기 시작했다. 사망할 수 있었던 환자가 단 6개월, 1년이라도 더 살 수 있게 됐다면 괄목할만한 발전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국내서는 유한양행이 지난해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허가받으며 국산 폐암 신약 시대를 열었다. 렉라자는 지난해 1월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허가받고 같은 해 7월 보험급여 적용을 받았다.
안 교수는 “렉라자 임상 2상에 참여했던 4기 환자가 다른 치료제를 쓰다가 내성이 생겨 렉라자를 처방했다”라며 “다른 치료제로 변경했다면 생존 기간이 1~2년에 불과했을 텐데, 렉라자를 쓰고 5년 이상 치료가 잘 유지되고 있다. 내성 발생 이전 치료까지 더하면 최초 폐암 진단 후 8~9년을 생존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확한 검사와 진단, 치료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최근 폐암 치료가 발전하면서 환자와 치료제가 잘 맞아 5% 정도는 완치까지도 기대가 가능한 수준”이라며 “의료진과 상의로 본인에게 잘 맞는 치료 옵션을 선택하고 계획을 세워가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라고 했다.
안 교수는 연세대 의과대 의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를 했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연세암병원 진료 교수로 근무했고, 2019년부터 2020년에는 연세대 의과대 강사도 맡았다. 주로 폐암, 식도암 등을 진료하고, 혈액검사를 통한 암진단도 한다. 현재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로 폐암센터 임상스텝전문의를 맡은 폐암 전문가이다. 안 교수에게 폐암의 원인과 종류, 치료제 개발 현황에 대해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一폐암이란 무엇인가. 여러 종류가 있을 텐데, 어떻게 종류를 구분하는지 궁금하다.
“암이란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한 암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증식해 생기는 질환을 통칭한다. 유전자 돌연변이라고 해서 꼭 유전병은 아니다. 담배,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발암물질 등에 의해 유전자가 약해지거나 돌연변이가 발생하면서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바뀐다. 폐암은 폐에 있는 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크게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비소세포폐암은 다시 선암, 편평상피세포암, 대세포암으로 세분된다. 이 중에서도 선암이 가장 큰 비중을 나타낸다. 비소세포폐암은 소세포폐암과 비교해 유병률도 상당히 높고 유전자 돌연변이가 다양하다.”
一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성 암 사망률 1위가 폐암이다. 남성도 같은 추세이기는 하지만, 흡연율이 여성보다 높다. 여성 폐암 사망률 1위는 어떻게 봐야ㅍ할지.
“사망률과 발생률은 차이가 있다. 생기는 비율 자체는 최대가 아닐 수 있다. 여성은 유방암, 갑상샘암 발생 빈도가 높다. 초기라도 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늦게 발견돼서 진행성 폐암으로 되어서 사망률이 높다. 여성이 폐암이 더 취약하다기 보다 통계적인 내용이라고 본다. 여성이 취약할 이유는 없다.”
一한국인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폐암과 돌연변이가 있나.
“폐암에서는 인종과 관계없이 소세포폐암보다는 비소세포폐암이 더 많이 나타난다. 다만 비소세포폐암에서도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EGFR 돌연변이는 아시아인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EGFR에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경우를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으로 정의한다. 이는 서양인, 백인보다 한국과 동남아를 비롯한 동양인, 황인에게 훨씬 더 많이 나타난다. 유전학적으로 인종적 특성의 차이로 볼 수 있다.”
一최근에는 사람마다 암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 치료한다고 들었다. 이 유전자 종류에는 어떤 게 있고 돌연변이마다 치료법은 어떠한가.
“표적치료제는 우리가 정하는 것이다. 사람이 정한다. 그중에서도 몇몇 돌연변이를 막으면 폐암이 죽는다. 담배나 다른 원인으로 생기는 폐암은 하나를 막는다고 치료되지 않는다. 돌연변이에 의한 폐암만 막는다. 가장 흔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EGFR이다. 의대생이었던 약 15년 전만 해도 유전자 돌연변이가 2개 남짓이었는데, 현재 8개 이상의 돌연변이 검사가 가능하다. 물론 검사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환자에게 권하고 있다.”
一모든 암이 그렇듯 조기 발견이 중요할 것 같다. 폐암을 자가 진단할 방법이 있는지, 없다면 얼마 주기로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은가.
“확실히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다. 폐 세포 자체에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이 거의 없다. 작을 때는 증상이 없다. 보통 폐를 감싸고 있는 흉막이나 뼈를 파고드는 상태여야 통증을 느낀다. 너무 커지면 숨쉬기가 힘들다. 이 정도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초기는 아니라는 의미다. 폐암은 유방암처럼 만져지는 것도 아니다. 유럽에서 35세 이상 흡연력이 있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몇 년 주기로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하는 게 좋을지 분석했다. 확실히 일정 주기로 검사를 받는 것이 환자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암검진사업에 따라 검진대상자는 저선량흉부CT를 국가건강검진에서 받을 수 있다. 실제 X선 촬영 검사로는 작은 폐암 종양이 잘 확인되지 않는다. 일정 나이가 넘어가고 흡연력이 있다면 건강검진으로 CT 검사를 권하고 있다.”
一폐암 치료제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신약 등장에 따른 폐암 치료 성과는 어떠한가.
“드라미틱하게 변했다. 예전에는 표적치료제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과거 산소 호흡기를 차고 임종실에 들어갈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던 한 환자분을 검사 결과 EGFR 변이를 확인했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는데 EGFR 변이 표적치료제 1세대로 불리는 게피티니브(제품명 이레사)가 임상시험 중이었다. 해당 치료제를 투여한 환자가 1~2주 만에 걷기 시작했다. 표적치료제가 완치제는 아니지만 죽을 병으로 여겨졌던 폐암을 조절하고 1~2년 더 살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원래였다면 사망할 수 있던 환자가 단 6개월, 1년이라도 더 살 수 있게 됐다면 괄목할만한 발전이라고 본다.”
一국산 폐암치료제로 렉라자가 개발됐다. 성과와 의미에 대해 평가해달라.
“처음 조병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물질을 발굴하면서 개발이 시작됐고, 유한양행이 엄청난 투자로 발전시켰다.렉라자는 3세대 EGFR 변이 표적치료제다. 같은 3세대 치료제로 아스트라제네카의 오시머티닙(제품명 타그리소)이 있는데, 시장 대부분을 점유했다. 렉라자는 기존 약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서양인과 동양인 유전적 차이를 고려해 개발했다. 지금은 얀센이 판권을 사가면서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임상에서 글로벌로 뻗어나가고 있다. 임상 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들이 확인된다면 국내 최초의 글로벌 항암 신약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GFR 변이가 많이 나타나는 아시아 국가에서는 블록버스터급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一렉라자 임상 시험은 언제부터 참여하셨나. 현재까지 임상 규모는 어떻게 되는가.
“렉라자는 임상 1/2상부터 임상 3상까지 다양하게 진행돼왔다. 렉라자 국내 허가의 근거가 된 LASER201 임상 1/2상의 경우 2017년 2월부터 시작됐다. 이는 기존 치료제를 사용하다가 내성이 발생한 환자를 대상으로 2차 치료에서 렉라자를 투약해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진단 후 1차 치료에서 렉라자를 투약해 효능과 안전성을 살피는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LASER201 임상 1/2상은 230명 등록됐고, 임상 3상은 총 380명을 대상으로 했다.”(인터뷰는 유한양행이 렉라자 임상 3상 시험에서 무진행 생존기간(PFS)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힌 10월 14일 이전 진행)
一렉라자 임상에서 발생한 부작용은 없었나.
“EGFR 유전자는 상피세포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EGFR 변이 표적치료제는 피부 독성, 설사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렉라자는 3세대 치료제로 이전 세대 치료제와 비교해 심하지 않았다. 또 손발 저림 증상이 나타나는데, 심각한 경우는 없고 모두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一기억에 남는 환자 케이스는.
“렉라자 임상 2상에 참여했던 4기 환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존에 다른 치료제를 쓰다가 내성이 발생해서 렉라자를 처방했다. 한 번 내성이 발생하게 되면 1년 이내에 치료제를 변경하더라도 질병이 악화하기 마련인데 렉라자를 쓰고 지금까지 5년 이상 치료가 잘 유지되고 있다. 다른 치료제로 변경했더라도 1~2년밖에 더 못살았을 텐데 렉라자로 장기 생존이 가능했다. 내성 발생 이전 치료 기간까지 고려하게 된다면 이 환자는 처음 폐암을 진단받은 후 8~9년 생존하면서 치료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폐암 4기 환자에서 이런 치료 결과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대표적인 사례지만 이 밖에도 렉라자를 통한 좋은 치료 결과를 보인 케이스가 사실 정말 많다.”
一주로 어떤 환자들에게 렉라자가 효과 있었는지 궁금하다.
렉라자는 EGFR 변이 표적치료제이기 때문에 우선 EGFR 변이가 확인돼야 한다. 기존에 1, 2세대 EGFR 변이 표적치료제로 치료를 받던 중 T790M 유전자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2차 치료제로 렉라자를 사용한다. 일단 T790M 내성이 발현된 환자에서는 렉라자가 효과가 잘 나타난다. 특히 렉라자를 포함한 3세대 EGFR 변이 표적치료제는 뇌혈관장벽(BBB; Blood-Brain-Barrier) 투과도가 높아 뇌 전이가 발생한 환자에게서도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
一최근 유럽종양학회(ESMO) 다녀오셨다고 들었다. 해외 폐암 치료 트렌드는 어떤가.
“효과적인 치료제를 조기에 사용한다는 전략이 치료 트렌드로 잡혔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도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치료제를 사용해 암 종양 크기를 줄이고 수술을 진행한다. 재발을 늦추기 위해서도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조기에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비교적 과거에는 진단이 보다 더디다 보니 치료제를 써서 환자를 최대한 오래 생존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치료 목표였다. 현재는 빠르게 진단하고 조금 더 이르게 치료제를 사용해 종양 크기를 줄이고 암세포를 박멸해서 완치를 목표해보자는 원리로 접근하는 추세다. 결국 폐암뿐 아니라 다른 질환 역시 모두 조기 치료 세팅으로 치료 전략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효과적인 치료제의 조기 사용으로 환자가 더 오래 사는 비율도 늘고 있다. 폐암은 재발이 많다. 1기 환자는 전체 환자 중 5분의 1가량이 재발을 경험한다. 2기 환자는 3분의 1, 3기 환자는 절반 이상이 재발을 경험하며 병기가 진행될수록 재발이 늘어난다. 재발하기 전에 1~3기 내 치료제를 미리 사용하고 종양 크기를 줄이고 조절하는 노력을 이어간 후 수술하고 후유증을 줄이거나 늦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더 환자가 건강하게 살 수 있다.”
一끝으로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이제는 폐암 치료가 다양해지고 있다. 임상도 많고 조합도 새롭다. 유전자 검사도 제대로 못 하고 절망적으로 오는 분들이 많다. 애초부터 그럴 필요부터는 없다. EGFR 외 다른 유전자 돌연변이까지 포함하면 50~60%는 효과적인 표적치료제가 다양하게 개발됐다. 의료진과 상의로 본인에게 잘 맞는 치료 옵션을 택해 계획을 세워가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다양한 임상시험과 병용요법과 같은 치료 기회를 포기하지 않고 의료진을 신뢰하고 믿고 따라와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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