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나비 날개 패턴 만든 고대 유전자의 비밀

김민수 기자 2022. 10.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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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모자이크 작품을 보는 듯한 패턴이 반복되는 이미지가 이번주 사이언스 표지에 실렸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와 코넬대 공동연구진은 나비 날개의 화려한 패턴과 디자인을 만드는 데 고대에서부터 오랫동안 보존된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2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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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공.

마치 모자이크 작품을 보는 듯한 패턴이 반복되는 이미지가 이번주 사이언스 표지에 실렸다. 표지만 놓고 봐선 어떤 이미지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검정색과 노랑, 주황색 계열의 조각들이 다소 불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는가 하면 영역을 구분하는 직선 패턴도 보인다.

정답은 작은멋쟁이나비(Vanessa Cardui)로 불리는 나비의 날개에 있는 무늬를 고배율로 확대한 이미지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와 코넬대 공동연구진은 나비 날개의 화려한 패턴과 디자인을 만드는 데 고대에서부터 오랫동안 보존된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2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형태나 무늬와 관련된 표현형 특성의 진화는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유전체의 비암호화 영역에서 염기서열이 분기되면서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나비의 날개 패턴처럼 빠르게 진화하는 ‘표현형 특성’을 제어하는 생체 내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규명하는 연구는 거의 없었다. 

DNA와 결합하는 전사 인자를 조절하는 ‘시스 조절 요소(CRE)’라는 부위에서 유전자 특성이 발현되거나 유전자가 발현되는 장소나 시기, 정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생명체가 진화하면서 발생하는 CRE의 변이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고 생명체의 표현형 특성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비 날개의 경우 이같은 표현형 특성 진화 연구에 좋은 사례를 제시해 준다. 날개 색, 패턴에 영향을 주는 주요 유전자 중 하나인 ‘WntA’ 발현에 생기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수천 종의 색깔이나 무늬 패턴이 생기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특히 네발나비과에 속하는 5종의 나비에서 46개의 CRE에 대해 유전자 비교 분석 및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적용 결과 나비 날개의 화려한 패턴과 디자인이 고대에서부터 오랫동안 보존된 유전자 서열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비교 분석 대상인 5종의 나비가 비록 서로 매우 다른 날개 패턴을 갖고 있지만 고대로부터 동일한 CRE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CRE와 표현형 특성 진화를 연구하면 척추 동물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 유전자 발현 조절 역사를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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