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회장은 왜 블랙핑크 지수를 좋아할까? [김유진의 브랜드피디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디올, 까르띠에, 셀린느, 생로랑, 샤넬. 전 세계가 열광하는 명품 브랜드가 단 하나의 K팝 걸그룹을 축으로 대통합을 이뤘다. 그 중심엔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YG엔터테인먼트 소속 4인조 걸그룹 ‘블랙핑크’(지수·제니·로제·리사)가 있다.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는 왜 K팝 스타들을 탐낼까. 멤버 전원이 굴지의 명품 브랜드와 손잡은 블랙핑크를 매개로 럭셔리 앰버서더의 세계를 들여다 본다. ‘유럽 시가총액 1위’ 타이틀을 거머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필두로 한 글로벌 패션업계의 경쟁은 치열한 걸그룹 생태계와 닮았다.
지난 4월 30일 국내에서 개최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DIOR)은 2007년 이후 15년 만에 한국에서 ‘2022 가을 여성 컬렉션’ 패션쇼를 개최했다.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모인 가운데, 디올에서는 부회장으로 알려진 수뇌부가 직접 행사장에 들어서는 지수를 포옹으로 맞이했다. 이내 피에트로 베카리(Pietro Beccari) 디올 회장의 바로 옆자리 지정석에서 디자이너와 교감하며 쇼를 관람하는 지수의 모습도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피겨선수 출신 김연아, 수지 등 거물급 스타들 사이에서 지수가 유독 특별한 대접을 받은 이유는 뭘까? 정답은 그가 디올의 글로벌 앰버서더라는 데 있다.
지수는 2020년부터 디올의 글로벌 패션 뮤즈로 활약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디올 패션·뷰티 글로벌 앰버서더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며 ‘디올의 그녀’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수가 지난해 SNS에 올린 디올 2021봄·여름 패션쇼 게시물은 61만4000달러의 MIV(Media Impacted Value·미디어 영향 가치)를 창출했다. 이는 평균적인 디올 MIV와 비교해 33% 상승한 수치다.
명품 브랜드 앰버서더는 SNS 시대의 대표적 광고 전략이다. 한 번의 업로드만으로 수천만명의 팔로워에게 게시물을 도달하는 스타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여느 레거시(전통) 미디어보다 막강한 광고판이 된다.
블랙핑크 멤버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리사(8331만명), 제니(7116만명), 지수(6543만명), 로제(6407만명)으로 모두 국내 연예인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특히 1위 리사의 경우, K팝 아이돌 가운데 팔로워가 가장 많다. SNS에서 발휘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제니는 샤넬, 리사는 셀린느, 로제는 생로랑 등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동하며 특별한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브랜드 앰버서더로 계약한 스타들은 해당 브랜드의 패션쇼가 열리면 컬렉션에 직접 참여해 포토존에서 모습을 빛내고, 인스타그램 등 SNS에 해당 브랜드와 관련된 게시물을 일정 기간 업로드 한다.
이같은 전략은 ‘자연스럽게, 스며들듯’ 제품과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광고주가 컨셉부터 문구까지 모두 정해 놨던 기존 광고와 달리, 사진 한 장을 올릴 때도 그 안에 스타의 개성과 취향이 첨가돼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높인다.
국내 명품 브랜드 앰버서더의 시초는 빅뱅 멤버 지드래곤이다. 2014년 파리 패션위크에서 칼 라거펠트와 인연을 맺은 그는 2016년 아시아 남성으로는 처음으로 샤넬의 하우스 앰버서더가 됐다.
최근 한류 스타들의 글로벌 위상이 확대되면서 국내 스타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낙점하는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구찌 홈 앰버서더로 활약해 온 아이유는 최근 글로벌 앰버서더가 돼 구찌와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됐다. 배우 한소희는 최근 한국인 최초로 발렌시아가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앰버서더보다 브랜드와 깊은 교감을 나누는 스타는 ‘뮤즈’로 칭한다. 브랜드 홍보를 뛰어넘어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역할까지 하는 게 뮤즈다. 명품 브랜드 뮤즈 자리에 오른 국내 스타로는 일찍이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 배두나가 독보적이다.
그는 2016년 LVMH의 모태가 된 브랜드 ‘루이비통’의 최초 한국인 뮤즈로 발탁됐다.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 속 배두나의 모습에 영감을 받아 먼저 연락을 취했고, 단순한 계약관계를 뛰어넘어 함께 휴가를 떠날 정도의 우정을 쌓게 됐다는 후문이다.
블랙핑크와 인연을 맺은 럭셔리 기업 가운데, 유독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엔터)와 남다른 사이를 자랑하는 곳은 따로 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명품 패션 브랜드 기업 LVMH다. 블랙핑크는 멤버 세명이 LVMH 산하 브랜드의 글로벌 앰버서더를 맡았다. 지수의 디올, 리사의 셀린느·불가리, 로제의 티파니앤코가 모두 LVMH 품 안에 있다.
가장 최근엔 2020년 미국 최대 보석 업체 ‘티파니앤코(TIFFANY&Co.)’를 19조원의 거액으로 인수해 창립 이래 최대 규모 인수합병 계약을 성사시켰다. 앞서 2011년에는 37억유로(5조8500억원) 규모로 불가리를 인수해 까르티에·피아제·반클리프앤아펠 등 쥬얼리 브랜드를 소유한 리치몬트 그룹에 견제구를 던졌다. 루이비통·펜디·로에베·지방시·마크제이콥스·리모와 등 패션 브랜드는 물론, 쇼메 등 쥬얼리 브랜드도 LVMH 소유다.
LVMH 뒤를 잇는 명품업계 공룡 그룹으로는 ‘케링’(Kering)과 ‘리치몬트’(Richemont)를 꼽을 수 있다. 1999년 LVMH와의 구찌 인수전에서 승리를 거둔 케링그룹은 발렌시아가·생로랑·보테가베네타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브랜드 다수를 소유한 럭셔리 업계 2인자다. 리치몬트 그룹의 라인업도 만만치않다. 까르띠에·끌로에·IWC·피아제·반클리프앤아펠·몽블랑 등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블랙핑크 멤버들은 케링과 리치몬트 그룹 소유 브랜드의 앰버서더도 겸하고 있다. 패션·쥬얼리·코스메틱 등 세부 분야가 겹치지 않는 선에서다. 지수는 리치몬트의 까르띠에 쥬얼리, 로제는 케링그룹의 생로랑 글로벌 앰버서더다.
대다수 명품 브랜드를 LVMH를 필두로 한 거대 그룹이 소유한 탓에, 최근엔 럭셔리 공룡에 인수되지 않고 독자노선을 걷는 명품 브랜드를 찾는 게 더 빠르단 얘기도 나온다.
이 가운데 블랙핑크 제니를 앰버서더로 데려간 샤넬은 LVMH도 쉽사리 인수하지 못한 브랜드다. 2019년 2월 칼 라거펠트가 사망한 뒤 LVMH가 샤넬을 인수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유례 없이 높은 샤넬의 기업가치로 인해 인수합병은 현실성이 없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샤넬처럼 독립 경영을 유지하는 명품 브랜드는 점차 손에 꼽는다. 시장조사기업 칸타(KANTAR)가 발표한 ‘2021년 명품 브랜드 가치’ 조사에서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브랜드 중 절반만이 대형 럭셔리 그룹에 편입되지 않았다. 샤넬(470억달러), 에르메스(464억달러), 롤렉스(81억달러), 프라다(40억달러), 버버리(39억달러) 등이다.
이 가운데 10조원대 안팎 브랜드 가치를 기록한 롤렉스, 프라다, 버버리 등은 언제라도 M&A 사냥꾼의 먹잇감이 될 수 있는 사이즈로 점쳐진다. 나머지 구찌(338억 달러), 까르띠에(73억 달러), 크리스챤디올(54억 달러), 생로랑(52억 달러) 등은 모두 럭셔리 공룡이 소유했다.
LVMH의 M&A 성공 신화의 끝은 어디일까. ‘인수는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LVMH의 인수합병 철학에도 각국 대표 명품 브랜드를 빨아들이는 다국적 럭셔리 포식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만은 않다.
공격적 M&A 전략을 구사하며 ‘캐시미어를 두른 늑대’란 별명을 얻은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LVMH 회장은 올해 한국 나이로 74세. 지난해에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한 그지만,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개척 정신 만큼은 여전한 듯하다. 올초 현지 보도에 따르면 LVMH는 미국인의 자존심 ‘랄프로렌’(시총 8조7547억원)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번에도 그의 전략이 통할 수 있을까? 세계 최고 부호의 결단을 관전해보자.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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