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화된 양식에 한식 접목 .. '재밌는 요리' 만든다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2022. 10. 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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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넷' 채낙영
20대 중반 푸드 트럭으로 요식업 시작
6평 매장은 쿡방 열풍으로 본궤도 올라
최근 '에이넷' 레스토랑 오픈 새 도전
붕어빵처럼 생긴 생선 파이 재기발랄
"맛 넘어 눈으로 먹는 디자인의 시대"
에이넷의 채낙영 셰프를 만났다. 채 셰프는 미디어를 통해 음식을 접했던 쿡방 미디어 키즈라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 방송을 통해 만났던 셰프들을 보면서 음식하는 꿈을 키워 나가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스스로 도시락을 싸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맛있게 싸갈까, 어떻게 하면 특이하게 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난 요리사가 될 거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현재까지 오게 되었다.
에이넷 채낙영 셰프
처음에는 책을 통해서 요리를 접하고 만들어보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다 보니 더욱 많은 배움에 대한 갈증이 생겨서 호텔조리학과로 진학하게 되었다. 학과의 전공을 살려서 자연스럽게 호텔 주방의 실습을 통해 음식과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호주로 실습을 가면서 메리어트 호텔을 비롯한 다양한 요식업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학교를 졸업한 이후 힐튼 호텔을 거쳐, 예스 셰프라는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면서 요리에 대한 본격적인 자세가 생겨나게 되었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요리를 업으로 삼는 다양한 동료들을 만나게 되고 요리 철학을 가지고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도곡동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본격적으로 일하게 되었다.

이 식당을 거친 이후에 바로 자신의 가게를 오픈하게 되었는데, 그때 나이가 20대 중반이었다. 정형화되고 일반적인 요리를 하는 것들이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던 나이이다 보니 재밌고 재기 발랄한 일을 하고 싶어서 푸드 트럭을 시작하게 되었다. 채 셰프를 대표하는 식당은 소년상회인데, 시초는 푸드 트럭이었다. 움직이는 트럭형 포장마차의 형태였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겹고 힘든 나날이었지만 본인이 준비한 시간과 과정을 온전히 버텨내는 시간들이기도 했다. 적자가 나는 가게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메꿔가면서 1년 정도를 버텼더니 서서히 자리를 잡게 되었다. 포장마차와 같은 푸드 트럭에서 파스타를 포함한 양식과 와인을 팔다 보니 고객들이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알음알음 찾아오게 되었다. 지금으로 치면 인플루언서였던 분이 채 셰프의 공간을 블로그나 다양한 매체에 소개하면서 소년상회 붐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붐이 일어나면서 고객들이 2∼3시간씩 대기하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이러다 보니 간혹 신고도 들어가게 돼 푸드 트럭을 운영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잠깐 문을 닫으면서 유학을 가려고 준비했으나 결국 이동형 매장이었던 푸드 트럭에서 로드숍 매장을 오픈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건대에 오픈한 소년상회가 로드숍으로 고객과 만난 정식 가게였다고 할 수 있다. 처음 시작했던 채 셰프의 소년상회는 6평의 작은 규모이다 보니 본인이 하고 싶은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실시간으로 고객의 반응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당시에는 잘 만나기 힘들었던 양식과 소주를 같이 팔기도 했었는데, 이런 콘셉트가 재미있었는지 방송과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고객들의 방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반응들 덕분에 6평의 작은 매장에서 큰 규모의 매장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마침 그 시기에 쿡방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채 셰프의 매장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해산물 리카토니
처음 시작하면서 소년상회가 자리 잡을 때까지 어려운 시기는 분명 존재했지만 열심히 하면 그 보상처럼 결과가 따라왔기 때문에 자신감이 가득했던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레스토랑 운영을 체계화시키고 매뉴얼을 만들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접객을 하고 운영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한창 잘되던 시기에 광화문에 소년 서커스라는 식당을 오픈하면서 처음으로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했다. 많은 인력과 자본이 투자되었기 때문에 소년 서커스를 오픈하면서 소년상회보나 잘될 거라는 기대감이 많았다. 혼자 원맨쇼처럼 하는 식당에 익숙해 있었는데, 많은 인력과 시스템 속에서 운영해야 하는 매장의 핸들링이 쉽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매출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소년 서커스를 운영하던 당시 소년상회도 같이 운영 중이었는데, 소년 서커스에 집중하다 보니 소년상회의 매출도 같이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2020년까지 소년 서커스를 운영하고, 이후 1년 반 정도 휴식하면서 본인의 내실을 다지고 컨설팅을 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 1년 반의 기간은 채 셰프에게 많은 공부과 수양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 에이넷이라는 레스토랑을 오픈하게 되었다. 에이넷은 a가 연속적으로 모여 있는 모양이 예뻐서 이름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a++++’의 의미도 같이 가지고 있다. 모든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았고 특히 이름에 굳이 의미를 두지 않고 가볍게 접근하고자 하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
볼락파이
에이넷은 양식을 제공하고 있으나 정형화된 프렌치, 이탈리안이 없이 한식의 요소인 간장, 들기름, 참기름을 쓰기도 한다. 장르가 딱히 없지만 굳이 장르를 정하자면 유러피안이다. 양식의 옷을 입고는 있지만 결국은 무국적 요리라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볼락 파이다. 반건조 볼락에 볶은 시금치와 베이컨, 올리브 등을 페이스트리에 싸서 볼락 모양으로 만들어서 오븐에 구워내는 요리다. 소스는 토마토 소스인데, 잘 익은 토마토에 토마토홀을 섞고 향신료, 베이컨, 치즈, 페페론치노를 넣어서 맛을 만들어낸다. 생선 파이인데 붕어빵처럼 생긴 모양이 재밌고 매력적이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메뉴에서 재미를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채 셰프에게는 작은 것 하나하나가 디자인으로 인식된다. 그러다 보니 요리 자체는 특별하지 않아도 요소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요리가 재밌어진다. 채 셰프의 요리에서 나오는 위트와 재기 발랄함은 바로 이런 지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해산물이 들어간 리카토니 파스타이다. 이 파스타의 특징은 화려한 색감이다. 직접 만든 리카토니 면 안에 오징어, 관자, 새우와 같은 다양한 해산물을 다져 채워서 오븐에 구워낸 요리다. 소스는 새우랑 게를 오랜 시간 끓여 코냑과 토마토로 맛을 낸 비스큐 소스를 같이 제공한다. 시금치 오일의 녹색, 토마토 오일의 빨간색으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느낌을 내는 요리이다.

채 셰프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셰프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귀엽고 재미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려고 노력 중이다. 사람들이 맛있어하고 기분 좋아지는 요리를 하기 위해서 단순히 맛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 들리는 것까지 모든 것이 음식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제 맛으로만 느끼는 요리의 시대가 아니라 눈으로 먹는 디자인의 시대라는 생각을 가지고 요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채 셰프의 재밌는 음식들이 기대된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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