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무솔리니'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지명.. 100년만의 '극우' 총리

다음주 상·하원 신임투표 거쳐 새 내각 출범 
연정 파트너, 친러.. 유럽 단일대오 깨질까 우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가 지난 10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신임 FdI 하원의원 모임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마=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100년만의 '극우' 총리이자,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여자 무솔리니’로 불리는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유럽의 대러시아 단일대오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멜로니 대표를 총리로 지명했다.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1922년 이탈리아에서 파시즘 정권을 수립해 총리에 취임한 지 100년 만이다.

멜로니 총리 지명자는 조각을 완료한 뒤 내각 명단을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제출해 승인을 받으면 총리 취임 선서를 하게 된다. 멜로니 총리가 이끌 새 내각은 다음 주 상ㆍ하원의 신임투표를 거쳐 공식 출범한다.

멜로니는 지난달 25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마테오 살비니의 동맹(Lega),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전진이탈리아(FI) 등과 우파 연합을 결성해 상원 200석 중 115석, 하원 400석 중 237석을 차지하며 승리했다. 우파 연합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이라 이변이 없는 한 신임투표 통과가 유력하다.

멜로니는 '강한 이탈리아'를 내세우며 반이민·반난민, 반동성애, 반유럽통합 등 극우 정책을 내세우며 입지를 다져온 정치인이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우파 연합은 코로나19 봉쇄, 인플레이션, 에너지 위기, 저성장 등으로 야기된 불만과 불안 심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총선에서 승리했다. 이탈리아는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총리를 지명할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멜로니의 집권에 국제사회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멜로니 본인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거듭해 밝혔지만 연정 파트너인 살비니와 베를루스코니가 대표적인 친푸틴, 친러시아 인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