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뜬 블랙홀, '이재명 불법 대선자금'..국감 삼켰다[국회기자 24시]

박기주 2022. 10. 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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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최측근' 김용, 대장동 일당에 8억여원 받은 혐의
李 대선 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나..공방 핵심
檢 민주당사 압수수색 시도 등으로 정치권 '급랭'
내주 尹 시정연설 등 첨예한 여야 갈등 예고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 막말 파동 등 여러 이슈가 국감를 가렸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이번엔 정말 초대형 ‘블랙홀’이 떠오르며 국감의 존재감을 지워버렸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 블랙홀의 정체입니다.

제1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며 국감이 멈췄고, 어느 정도 봉합이 된 후에도 국감에는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정상적으로 진행된 국감도 ‘불법 대선자금’이라는 논란의 후폭풍에 가려졌습니다. 결국 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점검한다는 국감의 취지는 사라져버린 셈이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최측근` 김용이 받은 8억, 李 대선에 쓰였나

시작은 지난 19일 오전이었습니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로 특혜를 받은 사업자들에게 약 8억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체포영장을 집행하면서입니다. 그저 대장동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라고 치부할 수도 있는 사안이었지만, 김 부원장의 의미와 혐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김 부원장은 앞서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이 대표가 “측근이라면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고 언급한 인물 중 하나로, 대선 이전부터 이 대표를 가까이서 보좌해온 최측근 중 최측근 인물입니다.

아울러 검찰이 그를 통해 확인하려는 혐의도 이 대표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검찰은 김 부원장에게 지난 대선 경선 기간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수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김 부원장이 이재명 경선 캠프 총괄부본부장을 역임한 만큼 해당 자금이 이 대표의 대선 자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인 것이죠.

김 부원장의 체포에 민주당은 당초 “사건의 실체 확인이 어렵다. 당분간은 검찰의 수사진행 상황을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다소 거리를 두는 듯 했으나 당일 오후 들어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검찰이 김 부원장이 업무를 본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죠. 더 구체적으로는 민주연구원이 민주당 중앙당사 내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민주당은 “검찰이 민주당의 심장을 짓밟으려 한다”며 일제히 성토했습니다. 당직자로 시작된 압수수색 저지는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의원들로 이어졌고, 당시 진행 중이던 국감은 일제히 멈췄습니다. 야간까지 이어진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는 완강한 민주당의 저지에 결국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김도읍 위원장의 일방적인 회의 진행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대장동 특검` 공방…내주 尹 시정연설 등 여야 갈등 예고

압수수색 시도는 중단됐지만 후폭풍은 계속 됐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습니다. 이 대표는 “국정감사 중 야당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 하는 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야당을 탄압하고 정적을 제거하고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자신을 향한 수사의 칼날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아울러 대부분 상임위는 국감을 재개했지만 대검찰청 국감이 예정됐던 법사위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강하게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민주당사 압수수색에 대한 검찰을 비롯한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 있는 태도가 없다면 국감에 참여할 수 없다는 민주당 의원들과 자신들만이라도 감사를 진행하겠다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맞붙은 것이죠. 법사위원장석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은 약 30분간 고성을 높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21일 다시 한번 갈등이 격화되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검찰이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

이렇게 수사가 본격화하자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대장동 특검’을 꺼내들어 반격을 했습니다. 그는 이날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난 한 푼의 사적 이익도 취한 적 없다. 대통령과 여당이 떳떳하다면 특검을 거부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특검을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윤 대통령 측과 여당이 오히려 대장동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주장입니다.

하지만 여당은 즉각 특검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기자회견이 끝난 즉시 간담회를 열고 “수사를 제대로 하니 특검으로 가져가 시간 끌고 하려는 것 같다. 속 보이는 수사 회피”라고 맞받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피하려 민주당을 동원하고 국회를 정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어선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돌아오는 주에도 이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예정된 오는 25일엔 갈등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한 만큼 시정연설 ‘보이콧’ 카드까지 만지작 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고환율·고금리 등으로 민생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죠. 정치권이 정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만큼 일반 국민의 고통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여야 정치인들은 모르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박기주 (kjpark8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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